'금리 뛸까 머리 싸맨' 카드사-캐피털사, 40조 오토금융 '밥그릇 쟁탈전' 가속

한은 금리 인상 '잰걸음'..자금조달비용 부담↑
40조 자동차할부 시장 '살 길'..수익경쟁 가열
할부 금리 인하·마이데이터 연계 등 상품 각축전

이정화 기자 승인 2021.06.23 15:07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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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게티이미지뱅크]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연내 금리가 변동될 가능성이 커지자 카드사와 캐피털사가 '오토금융(자동차할부금융) 시장을 놓고 '밥그릇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토금융 시장점유율 1위 현대캐피탈이 지난 8일부터 전 차종을 대상으로 신차 할부상품 금리를 0.7%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매물 대수 기준으로 최고 점유율을 달리고 있는 KB캐피탈도 이달 말까지 쉐보레 차량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36개월 무이자 할부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캐피털사의 이같은 움직임은 최근 주요 카드사들이 3%대 금리보다 낮은 수준의 할부 상품을 내놓으며 공격적인 영업 태세를 보이자 이에 대응해 시장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삼성카드는 지난 4월부터 업계 최저 수준의 오토금융 금리를 책정했다. 가령 현대차 그랜저에 대해 선수금 10%를 내고 60개월 할부로 구매할 경우 연 2.5%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카드와 하나카드도 각각 2.8%, 2.9%로 2%대 금리를 내밀었다.

이처럼 '오토금융' 시장에서 두 업계가 벌이는 각축전은 나날이 강도를 더할 전망이다.

카드업계는 잇단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신용판매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오토금융이 생존 계책으로 떠올랐단 설명이다. 올 초엔 하나카드까지 명함을 내밀어 모든 전업카드사(신한·KB국민·삼성·우리·롯데카드)가 경쟁 반열에 합류하게 됐다.

오토금융은 이들의 새 먹거리 역할도 톡톡히 해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개 카드사(신한·KB국민·삼성·우리·롯데)의 지난해 말 기준 자동차할부금융 자산은 전년보다 16.55% 오른 8조6638원에 달했다. 수익 역시 2731억원으로 12.47% 늘었다.

카드사들의 이같은 성장가도에 '금리 인하' 카드로 반격한 캐피털사는 행여 밥그릇을 뺏길세라 또 다른 무기로 '마이데이터'를 빼들었다.

마이데이터란 여러 기관에 흩어진 개인 정보를 한 데 모아 활용하는 사업이다. 캐피털 업계는 이 사업을 오토금융과 연계해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현대캐피탈은 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향후 보유차량과 차량 이동 관리 및 제안 서비스 등을 도입해 수익 모델을 개발할 방침이다. KB캐피탈도 온라인 중고차 플랫폼 'KB차차차'에 마이데이터를 접목해 자동차 종합 생활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단 목표다.

카드·캐피털사의 '오토금융 쟁탈전'은 '금리 엇박자'란 고민거리를 토대로 심화할 것이란 업계 전망도 나왔다.

현재 정부가 경제 회복을 이유로 최고금리(법으로 정한 가장 높은 금리) 인하를 유도하는 반면 금융당국은 최근 인플레이션 우려에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며 '엇박자'를 내고 있어서다.

이에 대해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 규모는 지켜봐야 하지만 여신전문금융사 채권 금리가 오르면 은행과 달리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와 캐피털사의 조달비용도 크게 불어날 것"이라며 "또 법정 최고금리가 다음 달부터 20%로 인하돼 조달 비용 증가에 수익까지 줄어드는 효과가 더해질 우려가 있어 오토금융 등 부대 사업 확장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올해 카드사의 주된 밥벌이인 가맹점 수수료가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져 오토금융 등 신사업 확장에 계속해서 공격적으로 임할 전망"이라며 "캐피털사가 주로 해당 사업을 영위한 건 맞지만 현재 양쪽이 금리를 낮춰가며 경쟁을 심화하는 만큼 계속해서 치열한 점유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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