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청춘은 코로나블루" 2030세대의 'SOS'..보험사가 응답할 차례

우울증 환자 중 2030 비율 최다.."심리방역 절실"
"정신 질환 보장해주는 상품 거의 없어" 진료 포기
단독 보장 상품·디지털 헬스케어 통한 서비스 필요성도

이정화 기자 승인 2021.06.22 15:19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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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게티이미지뱅크]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코로나 블루(코로나19에 따른 우울감) 실감한다", "불안하고 힘들다", "집순이인데 이젠 나가고파 우울해", "취업 공고는 가뭄이고 채용 기준도 빡세지고", "창업 3년차에 코로나로 매출 싹 줄고 보험 두 개 해지했다", "이러다 죽을 거 같다", "우울증 있어도 들 만한 보험 없어서 정신과 치료 꿈도 못 꿔"

코로나19 장기화로 불안감이나 우울감을 앓는 일부 청년들 반응이다. 취업·생계 등 다양한 원인으로 청년층의 사회적 고립이 나날이 심각해지자 정신질환에 대한 보장 수요가 늘었지만 보장 체계가 미흡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단 지적이 나온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연구원은 '포스트코로나 시대 정신질환 위험과 보험사의 역할' 보고서를 통해 "보험사는 정신질환 위험보장공백을 보완할 수 있도록 관련 담보에 대한 보장 체계를 개선하는 등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우울, 불안 등 이른바 '코로나 블루'를 겪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보험업계도 기존의 부족한 보장범위와 낮은 접근성을 해결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분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지난해 101만6727명에 달해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전년보다 5.55% 늘어난 수치로 특히 20대 환자가 17만987명으로 최다 비율을 기록했다.

이처럼 '코로나 블루' 현상은 특히 2030세대 청년들 중심으로 두드러지고 있다. 활발한 사회 활동이 요구되는 청년층이 구직난이나 사회·여가 활동 제한에 따른 우울감 등으로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보면 성인 2110명 가운데 '우울 고위험군'을 기록한 20대는 코로나19가 창궐한 지난해 3월 기준 13.3%에서 올 4월 30%로 ▲30대는 23.6%에서 30.5%로 눈에 띄게 늘었다.

이런 까닭에 업계 안팎에선 보험사가 보장성 상품이나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활용한 마음방역에 앞장 서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현재 소수의 보험사만이 스트레스와 우울증 등 정신질환 케어 서비스를 제공해 '코로나 블루'는 보장 사각지대에 놓였단 설명이다.

예컨대 현대해상이 지난 4월 정신적인 질병을 보장하는 '마음드림메디컬보험'을 내놨지만 이 또한 보험업계 첫 '정신질환 치료 보장' 사례로 소비자가 고를 수 있는 관련 상품의 폭은 여전히 좁다는 평이다.

이 상품은 우울증·공황장애·강박증·조현병 등의 정신질환을 진단받고 90일 이상 약물치료를 받을 경우 중증도에 따라 보험금을 차등 지급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 교보생명은 지난해 12월 코로나 블루 치유를 돕기 위해 자체 헬스케어 앱 'Kare'를 통해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진과 공동개발한 심리분석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 서비스는 ▲컬러테라피(색깔을 통한 마음 치료) ▲명상 프로그램 ▲스마일(웃음 정도를 인식해 점수화) 등 멘털케어 중심의 건강관리를 제공한다.

장윤미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국내 보험사도 비대면 방식을 통한 우울증 예방을 확대해야 한다"며 "현재까지 비대면 방식의 원격 진료가 허용되지 않지만, 해외사례를 참고해 인공지능 및 온라인 기반의 우울증 자가 측정과 예방 가능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코로나 블루' 보장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원인은 보험 가입 체계와도 밀접하다. 청년들은 정신질환 치료를 위해 병원에 가고 싶지만 관련 병력이나 투약 경험이 있으면 향후 보험 가입 시 장벽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고 입 모아 말했다.

이들은 "나중에 보험 가입 거절되는 경우 많아서 (정신과) 진료 두렵다", "실비(실손보험)에 보장 더 넣어 주세요", "정신과 다니면 지금 있는 보험료도 오를테고 30~40대에는 암보험 들고 더 나중엔 생명보험도 들어야 하는데 막힐까 걱정된다", "보험 가입 할 때 불이익 있을까봐 비싸도 비급여로 치료 받았다", "설계사인데 정신의학과 약 타기 전에 실비라도 꼭 들길" 등 우려를 쏟아냈다.

이에 대해 한 보험사 관계자는 "정신질환 관련 보장을 대개 실손 상품 내 특약으로 탑재돼 있다"며 "장기 보장성 형태로 만들기엔 보험요율 산출 및 수익성을 사전 분석하고 상품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블루가 청년 층 중심으로 심화하는 상황에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이들을 위해 언택트 헬스케어나 앱 서비스를 통한 정신건강 치유 프로그램을 더 개발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엔 적극 동의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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