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코인 알면서도 상장..코인빗, 결국 무더기 폐지·유의종목 지정

이상훈 기자 승인 2021.06.17 10:13 의견 1
[자료=코인빗]

[한국정경신문=이상훈 기자]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빗이 지난 15일 밤 10시경 기습 공지를 올리며 가상자산 상장 폐지 및 유의종목 지정했다. 상장 폐지와 유의종목으로 지정된 코인은 모두 36종으로 총 80종 코인을 상장한 코인빗 원화 거래쌍의 절반 가까이다. 특히 상장 폐지 코인 8종 중 7종이 코인빗이 직접 발행했거나 관련 있는 코인이며 다른 한 종류 역시 부실 코인이어서 코인빗의 부실한 코인 상장이 결국 대량 상장 폐지와 유의종목 지정으로 이어진 듯 보인다.

코인빗은 이날 밤 10시 2분 공지사항을 통해 렉스(LEX), 이오(IO), 판테온(PTO), 유피(UPT), 덱스(DEX), 프로토(PROTO), 덱스터(DXR), 넥스트(NET)를 23일 오후 8시부로 거래지원 종료(상장 폐지)한다고 밝혔다.

코인빗이 상장 폐지하기로 결정한 코인 8종. [자료=코인빗]

또 원화 거래를 지원하는 가상자산 중 메트로로드(MEL), 서베이블록(SBC), 라온(RAO), 헤라(HERA), 디콘(DKON), 홀인원(HIO), 네오블럭(NEB), 크로노(CRONO), 쿠폰체인(CCT), 카론(KARON), 페이스 토큰(FNT), 파이크(PIK), 페어체인(FAC), 디오(DO), 갤럭시파이(GXYF), 젤페이(GEL), 카이퍼(KIP), 에스랩(SLAB), 플래닛(PNT), 엑스폭(XFOC), 아몬드(AMON), 에스코인(SSC), 하이렛(HILT), 다비온(DAVP), 아이퓨엘(IFUEL), 엠브릿지(MBT), 주(ZOO), 아쿠아리움(AQUA) 등 28종에 대해서도 23일 최종 심사를 한 후 상장 폐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코인빗이 유의종목 지정한 28종의 가상자산. [자료=코인빗]

코인빗 거래소가 이렇게 절반 가까이 상장 폐지와 유의종목 지정하면서 거래소 스스로 부실한 코인을 대거 상장시켰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 됐다.

코인빗은 9월 25일부터 시작되는 특금법 시행에 앞서 은행권으로부터 실명계좌 발급아 원화 거래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 자발적으로 자정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은행연합회가 배포한 '암호화폐거래소 자금세탁방지위험평가방법론 지침'에 따르면 '거래소 취급 코인의 위험성 평가' 항목이 존재한다. 은행이 판단했을 때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코인이 상장돼 있다면 원화 마켓을 문 닫아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기에 급하게 상장 코인 다수를 상장 폐지·유의종목 지정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코인빗이 자체 발행하거나 간접적으로 코인빗과 관련 있는 코인을 유의종목 지정 없이 바로 상장폐지를 결정해 애꿎은 투자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코인빗이 상장 폐지를 결정한 코인 8종 중 7종은 모두 코인빗과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코인이다. 덱스(DEX), 덱스터(DXR), 넥스트(NET), 판테온(PTO)은 코인빗이 직접 발행한 거래소 코인이며 이오(IO)는 코인빗 운영사인 엑시아와 엠디에프 재단이 공동 발행한 가상자산이다. 또 렉스(LEX)도 코인빗 운영사 엑시아에서 사업을 지원하는 가상자산이다.
프로토(PROTO) 역시 엑시아가 프로토 재단을 인수해 '코인빗 뉴딜(Coinbit New Deal) 정책'의 일환으로 사용된 거래소 코인이다.

유피 코인(UPT) 백서 내용. [자료=100 TEC PTE.LTD]

유피 코인(UPT) 백서 내용. [자료=100 TEC PTE.LTD]

유피(UPT) 코인은 백서 내용만 봐도 "(투자자는) 토큰의 판매 및 유피(UPT)의 존재하는 불안정에 대하여 인지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동의하는 것으로 간주", "유피(UPT) 판매, 사업 및 운영 그리고 해당 프로젝트는 재단과 이해관계자의 통제를 벗어난 수 많은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유피(UPT) 및 관련된 사업체는 특별, 대리 또는 파생적 손해 뿐만 아니라 소득, 이익 또는 사용된 데이터의 손실과 같은 기타 부가적인 손실에 대한 책임이 없습니다", "ICO가 금지되어 있는 국가에서 법률에 따라 적법하게 설립 또는 구성된 기업체나 일반인, 거주자 등 어떤 실체에 위치하는 개인의 경우, 유피(UPT)를 구입해서는 안됩니다" 등 스스로 리스크가 많다고 인정하는 내용이 가득하다. 하지만 코인빗은 이런 고위험 코인까지 상장한 것이다.

코인빗의 투명하지 않은 운영은 지난해에도 불거졌다. 지난해 8월에는 운영진의 자전거래와 시세조작 혐의로 압수수색을 받았고 결국 코인빗 박현백 대표가 ISMS인증 등 가상자산 거래소 인가 절차를 완료한 후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또 코인빗은 거래소가 직접 발행한 코인이 가장 많은 거래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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