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해제? 꼬이는 실타래..국토부-서울시 샅바싸움 전문가는 이구이성

민경미 기자 승인 2018.10.02 16:31 의견 0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9월 28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파르크 데 라 솔리다리탓(Parc de la Solidaritat)' 공원을 찾아 시설물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서울시)

[한국정경신문=민경미 기자] 국토부와 서울시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를 놓고 충돌을 거듭하고 있다.

국토부는 치솟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서울의 그린벨트에 공공택지를 건설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무분별한 개발을 막기 위해 보존가치가 낮은 3등급 이하 그린벨트를 풀겠다는 것이 국토부의 방침이다. 공장이나 창고 등으로 이용돼 용도를 다하지 못하는 지역과 전답이지만 농지의 성격을 잃어버린 지역의 토지를 수용해서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서울시는 그린벨트가 서울시민의 허파니까 개발하지 말라는 입장이다. 녹지의 역할을 못하는 전답이나 농경지, 형질이 변경된 땅이나 개발이 멈춘 땅도 녹지의 일부라고 보고 나중에 녹지나 휴식공간을 만들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국토부의 그린벨트 해제와 서울시의 고층빌딩 임대주택 건설방안에 대해 각기 다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임대주택 공급을 위한 그린벨트 해제가 풀리지 않는 실타래가 점점 꼬이고 있는 셈이다.

■ 박원순 그린벨트 NO, 고층빌딩에 임대주택 OK

박원순 서울 시장은 그린벨트 대신 도심의 비어있는 빌딩을 사용하거나 낡은 건물을 없애고 그 자리에 고층건물을 지어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할 것을 국토부에 요구하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그린벨트를 풀지 않는 범위에서 서울시가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며 "도심 업무빌딩 일부에 공공임대나 분양주택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는 "높은 건물을 조금만 지어도 도심을 활성화할 수 있는 상당한 변화가 생길 것인데 층수는 경관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결정하면 된다"며 "지금까지는 임대주택 공급을 기초생활 수급권자 중심으로 차곡차곡했지만 소득에 따라 임대보증금을 더 높게 받아 중산층에게까지 제공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지자체와 주민들은 그린벨트 해제에 반대 입장을 내보이며 서울시를 거들고 있다. 

이정훈 서울 강동구청장은 올해 말로 예정된 고덕·강일지구 신혼희망타운 건설을 반대했다. 이 청장은 지난달 29일 “강동구에는 이미 공공주택이 충분하다"며 "고덕·강일지구에 신혼희망타운을 만드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송파구민들도 옛 성동구치소 자리를 공공부지로 활용하겠다는 정부의 주장에 "복합문화시설을 만들겠다던 약속을 지켜달라"고 주문했다.

■ 전문가들 이구동성 "그린벨트, 고층빌딩 임대 둘 다 안돼"

전문가들은 국토부와 서울시의 방침이 집값을 잡기엔 역부족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울시와 국토부가 상의해 절충안을 내놓기를 바라고 있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그린벨트를 푼다 만다 하는 게 국토부의 입장이지 서울시의 입장이 아니다. 서로 조율되지 않은 불협화음이 그대로 노출되고 있어 국민들이 보기에 썩 좋지 않게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린벨트를 풀어서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효용과 임대주택을 공급해야 하는 당위성의 우선 순위를 따져봐야 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유선종 교수는 “그린벨트를 풀 정도면 그린벨트 말고도 그린벨트와 유사한 땅들이 있다”며 “국공유지와 성남의 골프장처럼 지자체가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땅들이 있고 육군사관학교 이전 이야기도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 부지를 개발하면 훨씬 많은 용도의 임대주택이나 시설들이 수용될 수 있다”며 “정책을 조금만 틀어도 시장에서 원하는 용도의 주택들을 공급할 수 있는 상황이 충분히 열려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박 시장의 (스페인 기자간담회) 발언은 ‘그린벨트 해지는 안 된다’는 것을 암시한 것 같다”며 “공실이 발생하는 건물에 임대주택을 보급하는 것은 실현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어렵다”고 내다봤다. 그는 “기존 빌딩을 주거용으로 전환할 경우 가스, 전기, 오폐수 상하수도, 주차장 문제가 걸린다”며 “새로운 건물을 지을 때 임대주택을 짓게 하겠다는 것도 사유재산 침해가 될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권 교수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인구가 감소하고 환경이 파괴되는 데서 깨끗한 공기를 보급하는 것이 그린벨트'라는 서울시의 주장도 맞고, '주택 가격 상승요인이 공급이 부족하고 수요가 많은데 최소한의 공급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국토부의 말도 맞다”며 “국토부와 지자체가 협의체를 구성해서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정말로 훼손이 많아서 공장이나 다른 용도로 소용되는 지역은 개발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녹지로 놔두거나 개발하더라도 저밀도로 개발해 환경을 쾌적하게 만들어주면 서로가 양보하는 것”이라며 “강남 그린벨트는 대부분 임야라서 놔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현 월천재테크 대표는 “그린벨트를 해지해 분양을 하기까지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박원순 시장의 정책은 민간기업이 이주하기만 하면 돼서 그린벨트 보다 분양 속도가 빠를 수 있다”며 “가격도 주변 전월세보다 싸고, 서울시의 낙후된 상업지도 개발이 되는 장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다만 많은 양을 한 번에 분양해야 입주대란이 발생하면서 집값이 집힌다”면서 “(박 시장 정책은) 공급량이 많지 않아 집값을 잡기엔 역부족”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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