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성 칼럼] 한해를 보내며, 누가 역사의 주류였는가?

김재성 주필 승인 2018.12.26 10:20 의견 6

[한국정경신문 김재성 주필] 공자가 어느 날 흐르는 물을 보고 혼잣말처럼 찬탄했다. “가는 것이 이와 같구나. 밤낮을 쉬지 않는 도다.”(逝者如斯夫 不舍晝夜)  

흐르는 물은 잠시도 쉬지 않는다. 흐르는 세월도 밤낮이 없다. 물은 언제부터 그렇게 흘렀으며 언제까지 그렇게 흐를 것인가? 시간이 한 순간도 멈추지 않는 것처럼 시간 속의 물도 끝도 시작도 없다.     
공자는 물의 유장한 흐름에서 진리를 향한 인간의 마땅한 도리를 보았다. 사람의 착한 성품도 쉬지 않고 기르고 닦으면 마침내 하늘의 마음과 하나가 된다. 공자가 ‘물이여!’ ‘물이여!’하고  자주 영탄한 소이연이 여기에 있다. 

맹자는 물이 흐르게 하는 근원을 예찬했다. “원천이 용솟음쳐 밤낮을 가리지 않고 흐르다 웅덩이를 만나면 채우고 다시 흘러 드디어 넓은 바다에 이른다. 근원이 있는 것은 이와 같으니‥”

이 대목의 백미는 이어지는 다음 말이다. “근원이 없는 물은 칠팔월 북정 물 같아서 한 때 범람하지만 그것이 마를 날은 서서도 기다릴 수 있다”
장마 때 불어난 북정 물은 장강대하의 주류가 아니라는 뜻이다. 진짜 주류는 산 정상의 발원지에서 솟아오르는 맑은 물줄기다. 어떤 가뭄에도 마르지 않고 끊임없이 솟는 실낱같은 물줄기가 결국 바다에 이르기 때문이다.  

오래 전 지금 야당의 전신인 당시 여당의 대통령후보가 대한민국을 끌고 온 주류(main stream)가 누구인지 보라고 했다. 말하자면 5,16 쿠데타 후 공화당, 민주정의당, 민주자유당 신한국당 한나라당으로 이어지면서 형성된 범 기득권 세력의 집권 당위성을 강조한 것이다. 
요즈음도 우리 사회 일부 기득권 층 인사들이 모이면 “이 나라가 어떻게 이룩한 경제대국인가?” 라는 말을 자주한다고 들었다. 이 말 속에는 자기들이 경제규모 세계 10위권 소득 2만달러 OECD 가입국을 만든 주역이라는 자부심이 깔려있는 것이다. 친일로부터 시작해 자유당 독재 군사구테타 유신독재 5공독재를 거치는 동안 권력주위를 맴돌면서 시류에 영합한 사람들이역사의 주류일 수 없는 것은 물론이요 혹 산업화의 주역이라고 할 모르나 그말도 온전치는 못하다. 

이 나라가 세계 최고의 자살률, 최저의 출산율 최악의 취업 경쟁률, 최하위권의 행복지수 국가를 들먹일 필요도 없다. 그들이 이룩했다는 산업화는 정상적인가? 관치금융으로 인한 ‘IMF 관리’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금까지 폐인으로 살고 있는지 아는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사회적 갈등의 뿌리가 30여 년 군사독재 하에서 왜곡된 경제, 산업구조의 후유증인 것을 모르는가?    

전태일 김세진 박종철 이한열 대의를 위해 자기 몸을 던진 사람들, 생명의 눈으로 보면 이들이 역사의 주류다. 대형 사고로 몇 백 명이 죽던 날 까닭 없는 불안 초조로 밤잠을 설친 산중의 스님 전태일의 분신을 ‘우리의 죄’라며 절규한 목사, 컨베어 벨트에 끼어 몸이 분리된 채 죽어간 비정규직 노동자의 끔직한 최후에서 우리 사회의 불안한 징후를 본다는 문학평론가, 사고의 양태는 달라도 밑으로만 쥐어짜는 원인은 같다고 진단한 소설가 ‘가만히 있으라.’는 어른들 말을 믿었던 세월호 학생들을 위해 가슴, 가방 끈, 배낭, 자동차 뒤창의 노란 리본을 오래도록 떼지 못하는 사람들, 이들이 발원지의 그칠 줄 모르는 맑은 물줄기들이다.  
       
2018년이 저물어 간다. 올 한해 나는 장마철 북정 물이었는가? 발원지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물이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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