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선임 ‘보이콧’ 수출입은행 노조..“노사 간 합의 백지화”

사외이사 인선 과정서 청와대 인사 내정설 파장
“노사 복수 후보 제청 의미 없어..백지화”

윤성균 기자 승인 2021.06.13 12:00 의견 0
지난 4월 12일 열린 ‘기업은행 노조추천이사제 무산 규탄 기자회견’에서 신현호 금융노조 한국수출입은행지부 위원장(왼쪽 세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자료=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수출입은행의 사외이사 후보 추천 절차를 보이콧한 노동조합이 지난해 노동조합추천이사제 도입을 위한 노사 간 합의도 백지화할 전망이다. 이사추천이사회가 구성되기도 전에 청와대 인사 내정설이 돌면서 노사의 복수 후보 제청을 통한 경쟁이 무의해졌다는 판단에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출입은행 노조는 최근 사외이사 후보 제청 관련 내부 절차 중단을 요구했다. 현재 공석이 된 사외이사 자리에 청와대 출신 인사가 내정됐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아예 보이콧에 나선 것이다.

신현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수출입은행지부 위원장은 “내부적으로는 이런 상황에서 절차를 진행해 봤자 또 작년처럼 들러리를 서는 것 같아서 사측에 내부적으로 절차를 중단요구해 놓은 상태다”라며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전제로 기존에 논의했던 내용도 지금은 의미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수출입은행 사외이사 3인 중 나명현 이사가 지난달 31일 임기 만료로 물러나면서 후임 인선과 관련된 절차가 진행 중이다.

수출입은행 사외이사는 수출입은행법에 따라 은행장이 후보를 제청하면 기획재정부장관이 임명한다.

수출입은행 노사는 지난해부터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복수 후보를 제청하고 있다. 당시 신임 행장이었던 방문규 행장은 노조와 합의를 거쳐 사측 추천 인사 3명과 노조 추천 인사 1명 등 4명의 복수 후보를 기재부에 제청했다.

금융권 최초로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 이목이 쏠렸지만 사측 후보 2명이 임명되면서 결국 무산됐다. 당시 방 행장은 “노조가 추천한 이사 후보를 동일한 기준에서 심사했지만 최종 선임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수출입은행 노사는 이번에도 동일한 방식으로 사외이사 공석을 채울 계획이었지만 청와대 출신 인사 내정설이 돌면서 내홍에 휩싸였다.

신현호 위원장은 “정부에서 내정설을 인정하지 않으면 계속 사외이사 선임 절차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며 “사측도 노조천이사제 도입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이행하겠다면 우리 동참하겠다”면서 “도입 의사가 분명하면 굳이 사측 후보를 추천할 필요가 없다. 노조 후보만 추천하면 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감사나 사외이사의 일차적인 역할은 내부경영진 견제”라며 “노조추천이사제 이전에 사외이사를 정부의 전리품을 나눠주는 창구로 이용하는 것은 정말 부적절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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