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도 무너졌다..국산 코로나 치료제 앞길 ‘캄캄’

김성아 기자 승인 2021.05.12 14:23 의견 0
충북 청주시에 위치한 GC녹십자 오창공장에서 직원이 코로나19 혈장치료제 임상시험용 의약품을 생산하고 있다. (자료=GC녹십자)

[한국정경신문=김성아 기자] 종근당에 이어 GC녹십자도 조건부 허가의 벽 앞에 무너졌다. 국산 코로나19 치료제 이야기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GC녹십자는 11일 열린 코로나19 혈장치료제 ‘지코비딕주’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 조건부 허가 심사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식약처는 코로나19 치료제 허가심사를 위한 3중 전문가 자문 절차 중 첫 번째 관문인 검증 자문단 회의에서 지코비딕주가 입증된 치료 효과를 제시하지 못해 조건부 허가를 해줄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GC녹십자가 제출한 환자 63명 대상 국내 초기 2상(2a상) 임상시험 자료에서 시험군과 대조군의 효과 차이가 뚜렷하게 관찰되지 않았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자문단은 또 시험대상자 수가 적고 환자가 고르게 배정되지 않는 등 임상시험 디자인상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지난 3월 종근당 ‘나파벨탄주’가 식약처 허가의 벽을 넘지 못한 데 이어 GC녹십자의 지코비딕주까지 좌절했다.

일각에서는 치료현장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는 지코비딕주까지 허가의 문턱을 넘지 못했으니 2호 국산 치료제는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내놓고 있다.

지코비딕주는 현재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 중에서는 의료현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지난 27일 경북대병원의 치료목적사용승인까지 합하면 모두 44곳에서 치료목적사용승인을 받아 사용되고 있다.

치료목적사용승인은 생명이 위급하거나 대체치료수단이 없는 응급환자 등의 치료를 위해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의약품을 식약처의 승인을 받아 사용하는 제도다.

종근당에 이어 GC녹십자까지 유력한 2호 치료제 후보들이 연달아 좌초하자 업계에서는 국산 치료제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한 풀 꺾인 모습이다.

특히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충분하지 못한 환자 수 탓에 임상시험 구성 자체도 어렵게 됐다. 국내에서 임상 3상 허가를 받은 종근당은 아직 환자 모집도 시작하지 못했다.

약물재창출로 개발 초기 빠른 개발 속도를 보였던 대웅제약의 ‘호이스타정’ 또한 4개월째 2b상 단계에 머물러 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300여명을 대상으로 한 2b상을 현재 진행 중”이라며 “이 결과가 나오면 3상에 바로 돌입해 최단기간에 결과를 내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이유 탓에 GC녹십자는 더 이상 긴급허가를 위한 임상도 진행하지 않을 방침이다. GC녹십자는 전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품목허가를 위한 당면 과제(후속 임상)에 급급하지 않겠다”며 추후 임상 시험 계획에 대한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셀트리온 이후 2호 치료제로 거론되던 종근당·GC녹십자의 연이은 실패로 국산 치료제 개발에 대한 전망이 어둡다”라며 “이대로 전 세계 백신 접종 속도가 가속화되면 임상 시험이 더 어려워저 개발 속도가 더 더뎌질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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