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핫이슈⑥]라벨 하나 뗐다고 매출이 ‘쑥’..유통가 ‘무라벨’ 인기 비결은

가치소비↑..친환경 무라벨 제품 선호한다
상품정보표기 어려움..판매 채널 한계 있어

김성아 기자 승인 2021.05.11 14:45 의견 0
농심 무라벨 생수 '백산수' 모델컷 [자료=농심]

[한국정경신문=김성아 기자] 똑같은 2L 들이 생수에 비닐 라벨만 제거했다. 그랬더니 매출이 대폭 늘었다. 바로 ‘가치 소비’의 힘이다.

농심은 자사 생수 제품 백산수 전체 판매 물량의 50%를 무라벨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11일 밝혔다. 하이트진로음료도 올해 2분기부터 자사 생수 브랜드 ‘석수’ 생산량의 50% 이상을 무라벨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롯데칠성음료가 국내 최초로 아이시스8.0을 무라벨 생수로 선보인지 단 1년여만의 일이다.

유통가는 지금 ‘무라벨’ 열풍에 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생수로 시작한 무라벨 시장은 음료를 넘어 식품시장까지 번져가고 있다. 롯데마트는 대추 방울토마토 상품 용기에 라벨을 제거해 판매하고 있다.

무라벨은 생수 매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편의점 CU는 PB(자체 브랜드) 무라벨 생수 HEYROO 미네랄 워터 500ml는 출시 후 매출이 전년 대비 78.2% 급증했다고 밝혔다. 세븐일레븐은 무라벨 생수 ‘아이시스 2L 6입’이 라벨이 있던 전월과 대비해 매출이 80% 증가했다고 전했다.

업계는 최근 일고 있는 가치소비 ‘붐(Boom)’이 무라벨 제품의 인기를 이끌고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에 따르면 착한소비를 위해서라면 더 큰 비용을 감수할 수 있다고 말한 소비자들은 2019년 55%에서 지난해 58.9%로 증가했다. 가치소비에 대해 중요하게 인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가치소비는 친환경 등 공익적 의미가 담긴 상품에 자신의 가치를 부여하고 그러한 만족도가 높은 소비재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을 뜻한다. 비닐 라벨을 없애 플라스틱 재활용 용이도를 높인 무라벨 제품들은 가치소비에 부합하는 상품이다.

2020년대 경제 주축으로 떠오른 MZ세대들은 이 가치소비에 더 열광이다.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태어난 Z세대의 89%는 사회 환경적 이슈에 관심을 갖는 기업의 상품을 구매하겠다고 밝힌 통계 결과도 있다.

MZ세대의 압도적인 선호와 ESG경영이 글로벌 화두로 떠오르면서 유통가의 무라벨 열풍은 계속 가속화될 전망이다.

다만 개선해 나가야 하는 부분도 있다. 현재 무라벨 제품들은 상품 정보 표기 때문에 판매채널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아이시스 8.0등 제품은 뚜껑에 원산지 표기를 하고 있지만 공간의 제약 때문에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이에 업계는 대체 방안으로 박스 또는 묶음을 선택해 묶음 포장 겉면에 제품명과 원산지·성분 등을 표기하는 방식을 택했다.

브랜드 구별 문제도 있다. 라벨을 떼버리면 소비자들이 각 브랜드나 제품을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실제로 생수의 경우 뚜껑 색깔도 비슷한 경우가 많아 라벨을 떼면 아예 구분이 힘들어지기도 한다.

이에 오프라인에서는 낱개 판매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어려움 때문에 현재 무라벨 제품들은 PB상품이 아닌 이상 오프라인에서는 대부분 묶음 단위로 팔리고 있다”며 “상품 정보란에 정보를 표기할 수 있는 온라인 판매의 특성을 이용해 무라벨 제품이 온라인 전용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한계에도 무라벨 제품의 출시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말부터 전국 공동주택에서 투명 페트병 별도 분리배출 의무화를 시행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지침과 소비자의 가치소비 니즈가 맞아 떨어져 무라벨 제품 시장은 앞으로도 더 커질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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