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자극적인 가정간편식의 범람..소비자, 똑똑하게 골라야

김제영 기자 승인 2021.05.07 14:42 의견 0
김제영 생활경제부 기자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코로나 이후 가정간편식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외식이 줄고 재택·비대면 활동이 늘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가정간편식 시장은 소비자들의 수요에 힘입어 매해 성장곡선을 그려왔다. 이듬해 5조원대 시장으로 몸을 불릴 전망이다.

간편식은 말 그대로 간편한데다 맛도 좋다. 그중 데우면 바로 먹을 수 있는 즉석식품은 밥·국·반찬부터 한식·중식·양식까지 모든 범위를 망라한다. 종류도 화려하고 가짓수도 다양하다. 그런데 몸이 편한 가정간편식은 사실 속이 불편한 ‘나트륨 덩어리’이기도 하다. 진실은 먹음직스러운 제품 앞면이 아닌 뒷면, 후미진 구석에 숨어있다.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가정간편식 관련 자료를 보면 가정간편식의 평균 나트륨 함량은 볶음밥 876mg, 컵밥 867mg, 죽 619mg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하루 나트륨 권장량 2000mg이다. 가정간편식만으로 하루 세끼를 해결하면 하루 나트륨을 약 1800~2600mg 섭취하게 된다.

괜찮아 보이지만 알고 보면 내실 없다. 가정간편식은 나트륨 함량 대비 1일 영양성분이 기준치에 못 미치는 ‘부실한 식사대용’이기 때문이다. 영양성분표시만 들여다봐도 알 수 있다.

예시로 간편식이 유명한 CJ제일제당 볶음밥과 오뚜기 컵밥 제품을 살펴봤다. CJ제일제당 볶음밥의 나트륨 함량 범위는 600mg대~1500mg대다. 그중 나트륨 함량이 제일 높은 제품은 1550mg의 ‘스팸 김치볶음밥’이다. 이 제품은 탄수화물 66g과 단백질 10g으로 1일 영양성분 기준치의 20%와 18%를 포함한다. 나트륨은 1일 기준치의 78%에 달한다.

오뚜기 컵밥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오뚜기 컵밥의 나트륨 함량 범위는 600mg대~1400mg대다. 그중 ‘의정부식 부대찌개밥’이 1480mg이다. 탄수화물 70g과 단백질 10g으로 각각 1일 영양성분 기준치의 22%와 18%를 차지한다. 나트륨만 유일하게 과반이 훌쩍 넘는 74%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루에 간편식 두 끼면 나트륨은 기준치를 충족하거나 넘는 반면 기타영양성분은 절반도 섭취하지 못하는 것이다. 가정간편식의 영양성분표시를 간과하면 ‘영양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그중 성인 기준 단백질 1일 권장량은 50~55g이다. 가정간편식의 평균 단백질 함량은 7~10g 수준이다. 가정간편식을 애용하면 단백질은 부실하고 나트륨은 풍족한 식사를 섭취할 가능성이 크다.

나트륨 과다의 위험성은 이미 여러 매체에서 수없이 다뤄져왔다. 특히 지난해 5월 영국의학저널(BMJ)의 스페인과 프랑스 논문에 따르면 가공식품을 많이 섭취한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조기 사망 위험도가 62% 높았다. 가공식품 섭취가 늘수록 심장질환의 위험도가 증가했다. 그밖에도 암과 당뇨·고혈압 등 만성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건강에 안 좋으니 가정간편식을 아예 피해야 할 일은 아니다. 적어도 ‘알고 골라먹자’는 말이다. 염두에 두고 있다면 그때그때 내 몸에 맞는 수준에서 똑똑하게 골라 먹을 수 있다. 가끔은 괜찮지만 주기적으로 반복되면 어디에든 좋을 리 만무하다. 오늘부터 무심코 놓쳐왔던 제품 뒷면을 한번쯤 돌려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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