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백신 수급 ‘빨간불’..대안으로 떠오른 ‘스푸트니크V’는

정부, 스푸트니크V 도입 검토 지시
국내 생산체제 갖춰져..국내분은 아직

김성아 기자 승인 2021.04.22 14:41 의견 0
지난 20일 대한항공 화물기에 선적되고 있는 한국코러스 생산 스푸트니크 V 백신 물량.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김성아 기자]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작 두 달여 만에 백신 수급에 ‘적신호’가 떴다.

22일 백신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러시아산 백신 ‘스푸트니크V’의 도입을 진지하게 검토 중이다. 전날 진행된 청와대 참모급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스푸트니크V에 대한 검토를 지시한 것이다.

정부가 러시아산 백신으로 눈을 돌린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 국내 확보 백신 중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산 아스트라제네카나 얀센 백신에서 희귀 혈전 발생 문제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EU(유럽연합)의 경우 아스트라제네카에 대한 사용 계약을 갱신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으며 덴마크는 세계 최초로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을 금지했다.

그렇다고 화이자 등 다른 형식의 백신을 구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다. 부작용 탓에 화이자 등에 대한 수요가 더 몰리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미국의 여유분을 빌리고 추후 갚는 ‘한·미 백신 스와프’도 추진하고 있지만 미국 측은 ‘여유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다.

이에 러시아산 백신인 스푸트니크V에 대한 도입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스푸트니크V는 지난해 8월 러시아가 개발해 승인한 백신이다. 코로나19 백신 중 가장 먼저 상용화된 제품이다. 현재 스푸트니크V를 승인한 국가는 러시아를 비롯해 이란·아르헨티나 등 전 세계 60여개 국가다. 다만 효능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은 탓에 미국 등 선진국가에서는 도입을 하지 않은 상태다.

러시아 스푸트니크V는 임상 3상까지 거치지 않고 1·2상 결과만으로 허가 승인을 받은 백신이다. 임상 3상이 대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백신에 대한 유효성을 입증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3상을 거치지 않은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스푸트니크V의 도입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은 스푸트니크V가 세계적인 의학 저널 ‘랜싯’을 통해 임상 3상 중간 결과 예방 효과가 91.6%에 달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는 것을 이유로 꼽는다.

아스트라제네카와 같은 치명적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았고 가격 또한 화이자나 모더나의 절반 수준이다. 초저온 유통이 필요한 다른 백신과 달리 영하 18도에서 운반할 수 있어 보관 또는 운반 과정도 용이하다.

최근 국내에서 스푸트니크V에 대한 생산체제가 갖춰진 것도 한 몫 했다. 한국코러스는 20일 스푸트니크V 백신의 2차 접종분 물량을 출하해 러시아로 출항시켰다. 1일에는 1차 접종분에 대한 물량도 출항시킨 바 있다.

휴온스그룹 지주사 휴온스글로벌은 지난주 러시아 국부펀드와 스푸트니크V 생산을 위한 기술이전 계약도 체결했다. 싱가포르 바이오 기업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휴메딕스·보란파마와 구성한 컨소시엄으로 기술 이전을 통해 오는 8월 시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다만 두 업체 모두 국내분 생산에 대한 계획은 아직 없다고 전했다. 양사 물량은 모두 국내 위탁생산으로 현재까지는 모두 해외 수출용으로 제조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스푸트니크V에 대한 허가 신청 계획도 아직까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11월까지 집단면역을 이루려면 백신 확보에 대한 가능성을 크게 열어 최대한 빨리 백신을 확보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하는 것은 맞다”라며 “하지만 스푸트니크V 특성상 유효성이나 안전성에 대한 자료가 전혀 공개되지 않은 만큼 허가나 도입에 대한 절차는 신중하고 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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