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보험부터 깨자"..팍팍한 코로나시대 서민들 '최후 보루' 보험마저 손절

생명·손해보험 계약 유지율 3.7%·3.3%↓
카드대출 107조1000억원..1조9000억↑
"보험 가치 아깝지만 당장 생활이 급해"

이정화 기자 승인 2021.04.21 14:56 의견 0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경제 충격으로 생활이 팍팍해진 소비자들이 대출과 주식 등으로 눈을 돌리면서 '마지막 보루'여야 할 보험까지 해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24개 생명보험사와 14개 손해보험사의 25회차 보험계약 유지율이 지난해 상반기 기준 62.2&와 65.0%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3.7%, 3.3% 하락했다.

25회차 보험계약 유지율이란 보험료 납부가 25회 이뤄진 계약 비율이다. 25회차 유지율이 낮을수록 보험계약이 2년을 넘기지 못하고 해약된 사례가 잦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25회차 계약 유지율이 보험 계약 동향을 해석하는 주요 지표 중 하나인 만큼 좋은 신호는 아니다"라며 "납부 25회차는 특히 가입자가 보험 유지에 대한 필요성을 가늠하는 시기이기도 한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경제적 타격이 있다보니 보험을 차순위로 밀어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불황이 이어지자 소비자들은 위태로운 가계부를 살리기 위해 보험을 해지하고 대출이나 주식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모양새다.

실제로 카드대출 신청은 눈에 띄게 불어나고 있다. 지난해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을 포함한 카드대출 이용액은 107조1000억원으로 전년(105조2000억원)보다 무려 1조9000억원 뛰었다. 카드사의 카드론 수익도 1906억원 늘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1년 넘게 지속되면서 보험을 깬다던지 대출을 받는단 얘기가 많이 나온다"며 "카드업권에서도 기존에는 4~6등급 신용의 가입자가 카드론 주요 고객이었지만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이나 빚투(빚내서 투자)로 상위 등급자들까지 몰리기 시작하면서 고신용자를 위한 상품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카드론 상품 확대 역시 보험 계약 해지와 더불어 현 시장과 경기 흐름이 악화됐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지표란 설명이다.

'보험 해지와 유지'를 두고 소비자들은 여전히 갈등 기로에 서 있다. "멀리 보려면 차라리 주식이 낫다"는 의견과 "아무리 힘들어도 결국 보험이 인생의 기반"이라는 반응이 교차하는 상황이다.

한 소비자는 "경기가 급격하게 변하고 있어 어떤 선택이 나은지도 판단이 안 선다"라며 "주변에선 필수 보험을 하나만 들어야 한다면 손해보험을 택하라고 하는데 저축보험을 깨자니 아깝고 돈 나올 구석은 없고 답답하다"라고 토로했다.

이밖에도 "인생 앞날 모르는데 보험은 깨지 말자", "코인(가상화폐) 때문에 요즘 내 돈 흐름 다 큰일났다", "한탕주의로 몰리는 분위기에 나 또한 휩쓸린다", "보험이 아무리 티끌이고 오래걸려도 인생 필수템인 건 변치 않는다", "저축보험 뭐 이런 성실한 가치가 점점 무시되는 느낌", "나중에 큰일 날 수도 있지만 당장 생활이 급한데 뭐" 등 여러 반응이 오갔다.

이에 대해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 특성상 중도해지가 늘어날수록 소비자 손실이 발생할 우려도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며 "소비자들은 보험 가입 전에 계약을 얼마나 유지해야 손해를 안 보는지와 보험료가 장기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지 등을 세심히 고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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