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재출시’ 러시..소비자와 소통인가 R&D소홀인가

김제영 기자 승인 2021.04.15 16:31 의견 0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오리온 와클, 파리바게뜨 순수우유케이크, 맥도날드 필레 오 피쉬 버거 [자료=각 사]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올해도 식품업계의 트렌드는 재출시 소위 ‘뉴트로’다. 매년 단종된 상품을 그대로 부활시키거나 조금 바꿔 내놓는 식이다. 지난 제품을 다시 출시하는 기준은 소비자다. 소비자의 반응에 판매량이 결정되는 식품업계는 소비자와의 소통에 민감하다. 소비자의 요청에 힘입어 다시 돌아온 제품은 필연적으로 매출 상승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재출시한 오리온 와클이 5주 만에 누적판매량 180만개를 돌파했다. 오리온은 2018년부터 3년째 과거 인기 제품을 다시 선보였다. 재출시 제품 모두 단종 이전보다 높은 판매량을 기록해 인기 역주행을 실감해왔다. 맥도날드는 13년 전에 사라진 필레 오 피쉬 버거를 다시 내놓았다. SPC 파리바게뜨는 당초부터 SNS 재출시 제품을 선정하기 위해 소비자 투표를 진행했다. 케이크 이즈 백 소비자 투표를 통해 기존보다 개선한 순수 우유케이크를 선보였다.

과거 제품은 소비자에게 추억을 선물한다. 젊은 세대에게 신선한 재미를 주고 중장년층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동시에 바로 성공적인 매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기업은 신제품 개발 및 마케팅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소비자와 기업이 모두 좋은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는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단종된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아쉬움이 홈페이지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들어왔었다"며 "소비자들의 반응을 보고 제품의 성공가능성을 판단해 재출시를 결정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재출시 상품은 다시 돌아온 상품인 만큼 품질과 식감 등을 과거보다 더 업그레이드 해 선보였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식품업계의 뉴트로 현상은 성장을 막는다고 지적한다.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지 않고 과거 상품에 의존하는 전략은 한계가 있다는 반응이다. 미래지향적 신품산업 R&D 추진전략 논문에 따르면 국내 식품산업 분야의 민간 R&D 투자액은 2012년 민간 R&D 투자액은 3819억원이다. 2018년 민간 R&D 투자액은 총 2723억원으로 6년 전보다 28.6% 감소했다. CEO스코어 자료에 따르면 2019년 민간 R&D 투자액은 이보다 더 감소한 2685억원을 기록했다. 식품업계의 연구개발비는 매년 줄고 뉴트로 상품 출시는 늘었다.

식품업계가 과거 인기제품을 재출시 하는 이유는 국내 식품시장의 한계 때문이다. 식품산업은 시장규모가 작아 투자 대비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구조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거액의 연구개발비로 신제품을 만들기보다 기존 인기 제품에 기대 안정적인 수익창출을 꾀하고 있다. 당장은 거액의 투자를 들여 새 상품에 주력하기보다 기존의 상품을 재가공 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한국식품과학회 홍석인 한국식품연구원은 “식품업계 입장에서는 품목별 국내 식품 시장규모가 크지 않고 소비자 특성을 감안해 다품종 소량생산 위주의 제조방식을 택하므로 개별 품목 단위의 최대 매출 규모가 작아서 많은 자원 투입을 요하는 R&D 투자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식품산업 성장의 선순환적인 구조 정착을 위해 연구개발의 사업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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