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강렬한 연주의 뮤지컬 '포니미츠' 살아야 하는 이유를 말하다

이슬기 기자 승인 2021.04.14 06:29 | 최종 수정 2021.04.14 06:41 의견 0
뮤지컬 '포미니츠' 공연 스틸. [사진=이슬기 기자]

[한국정경신문=이슬기 기자] 뮤지컬 '포미니츠'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독일 루카우 교도소를 배경으로 피아노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두 여성의 이야기다. 죽음과 고통, 분노로 가득찬 교도소 안의 이야기. 하지만 그 안에는 "그럼에도 살아야 한다"는 묵직한 메시지가 함께한다.

지난 13일 서울 정동극장에서 뮤지컬 '포미니츠' 프레스콜이 열렸다. 현장에는 정동극장의 김희철 대표부터 공연의 주역들이 자리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 타오르는 '제니'의 삶..세상은 살만 하다

세상에 대한 불신과 분노로 자신을 격리한 제니와 평생을 과거에 갇혀 살아온 크뤼거는 서로를 통해 각자의 상처를 치유해간다.

마지막 4분. 무대에 선 제니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피아노 연주로 극장을 가득 채운다. 천재적 재능을 가졌지만 가시밭길같은 삶을 살아온 제니. 그는 고통스럽고 절망스러운 날들 속에서도 음악을 통해 삶에 대한 열정을 불태운다.

제니 역의 김환희는 "상처가 많은 제니가 크뤼거를 만나면서 바뀌는 것을 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한다고 하는 마음을 먹었다"며 "공연하면서 제가 살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크뤼거 역의 김선영과 김선경 배우 또한 관객들에게 "세상은 살만하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다"며 "살아가야 할 이유는 큰 게 아니다. 공연을 통해 관객들이 그걸 알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뮤지컬 '포미니츠' 공연 컨셉트 이미지. [자료=정동극장]

■ 영화의 재탄생..쉽지 만은 않았다

'포미니츠'는 지난 2006년 개봉한 크리스 크라우스 감독의 동명 독일 영화가 원작이다.

정동극장 이수현 공연팀장은 "몽타주 컬처스의 양준모 예술감독 제안을 받아 이번 공연을 같이 만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뮤지컬로 작품을 옮기는 게 쉽지 않았지만 이번 무대는 변화하는 정동극장, 21년도 라인업 가장 중심에 있는 공연이 됐다.

양준모는 현장서 영화를 뮤지컬로 옮기면서 마주했던 고민들을 털어놓았다. 저작권 찾는 것부터 정보가 적어 쉽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그는 영화의 퍼포먼스, 인물들이 가진 실화 스토리 등의 매력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영화는 클로즈업을 통해 인물의 감정을 따라가는 것이 어렵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뮤지컬은 대사와 노래, 장면들을 통해 보여주고 관객을 이끌어야 한다. 그래서 최대한 인물들의 감정을 노래로 담아냈다"면서 "노래는 드라마를 침범하거나 벗어나지 않도록 애썼다"고 설명했다.

맹성연 작곡가는 "영화에서도 음악이 굉장히 중요한 주제다. 개인적인 뮤지컬 작곡가의 색과 영화의 음악, 다양한 클래식 등을 하나로 아우르는 것이 고민이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 또 다른 주인공 '피아노'와 '피아니스트'

'포미니츠'에는 배우들 외에 또 다른 주인공이 있다. 바로 피아노와 피아니스트다. 피아노 연주를 중심으로 극을 이끌기에 배우들은 공연 6개월 전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수많은 땀방울이 있었기에 '포미니츠'는 이제 "피아노 연주만으로도 감상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말한다.

박재현 음악감독은 "연습하면서 화도 내고 혼내기도 했다. 배우들이 울고 웃으며 열심히 준비한 귀한 작품"이라고 연습 과정을 전했다.

특히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제니 역을 맡은 김수아와 김환희는 실제 피아니스트와 합을 맞춰 강렬한 마지막 4분을 완성해내야 한다. 김수아는 "하필 피아노 천재를 만나서 고통과 인내의 시간을 보냈다"며 "아직도 무대 위에서 피아노를 쳤다는 걸 믿을 수가 없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환희 역시 "피아노 연주는 큰 도전이었다"며 "마지막 연주는 세상에 바치는 연주기도 하지만 세상에 제니가 마지막으로 건네는 말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뮤지컬 '포미니츠'는 오는 5월 23일까지 정동극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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