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오일' 석유 시대 속 여성을 그리다..남기애·곽지숙·이자람·경지은 출연

이슬기 기자 승인 2021.04.12 18:21 의견 0
신작 <오일> 포스터. [자료=더줌아트센터]

[한국정경신문=이슬기 기자] 극단 풍경이 신작 <오일>을 더줌아트센터에서 선보인다.

연극 <오일>은 영국의 극작가 엘라 힉슨(Ella Hickson)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다. 2019 <작가, 작품이되다1-장 주네>와 2020 <작가>에 이은 극단 풍경의 3개년 프로젝트 ‘작가 展’의 마지막 작품으로 찾아온다.

극은 석유의 연대기를 따라 메이와 에이미라는 두 모녀의 관계를 그린 연극이다. 석유가 본격적으로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19세기 말에 시작해 고갈되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2051년까지 한 세기 반이라는 시간 동안 메이의 삶을 밀도 있게 보여준다.

오늘날 세계정치와 경제, 현대사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돋보인다. 석유의 연대기를 여성을 중심으로 재구성한 연극 <오일>은 석유가 우리의 삶과 세계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석유 이후의 시대에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작가는 석유의 탄생과 종말이라는 방대한 서사에 맞춰 이야기를 진행하기 위해 역사적 시간과 지리적 공간을 뛰어넘는 선택을 했다. 석유의 흥망성쇠 속에 계급주의, 여성주의, 제국주의와 환경 문제까지 광범위한 개념들이 상상력 넘치는 이야기와 함께 펼쳐진다.

1889년 차갑고 어두운 농장, 지독한 가난에 시달리는 주인공 메이는 낯선 방문객이 가지고 온 석유 램프에서 기회를 발견하고 사랑을 버린다. 1908년 영국의 식민지 테헤란, 딸 에이미를 데리고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메이는 딸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리고 1970년 메이는 다국적 석유회사의 대표로 일하며 안락한 삶을 누리지만 일과 탐욕에 사로잡힌 엄마를 이해하지 못하는 딸 에이미와 갈등한다. 2021년 에이미가 엄마를 떠나온 바그다드 사막과 2051년 다시 어두운 싱거 농장에서 이야기가 이어진다. 작가는 관객들에게 계속해서 변화하고 갈등하는 모녀의 모습을 통해 관계의 의미를 파악하도록 요구한다.

총 17개의 배역을 11명의 배우가 나눠 맡아 연기한다. 중심인물인 메이와 에이미는 여러 연령대를 소화한다. 주인공을 제외한 대부분의 배우가 여러 캐릭터를 소화한다.

주인공 메이 역에 소리꾼이자 전방위 창작자로 활동 중인 이자람이 캐스팅되어 ‘필사적으로 헌신적인 어머니’라는 강한 캐릭터로 정극에 도전한다. 야심에 찬 20대부터 딸과 갈등을 빚는 중년과 노년까지 폭넓은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악의 꽃’, ‘자백’ 등 작품마다 빛나는 연기를 보여주는 남기애와 ‘사도’, ‘괴물’ 등 탄탄한 연기력의 박명신이 시어머니 마 싱거 역을 맡았다. 메이에게 매력을 느끼는 영국군 장교는 윤희균이 연기하며 ‘글로리아’, ‘헤카베’의 곽지숙이 농부의 아내, 가정부,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라크 여성으로 변신하며 3개의 역을 소화한다. 메이의 남편 조스 역은 ‘휴먼푸가’, ‘보더라인’의 나경민이 맡았다.

박정원이 에이미의 8세부터 중년까지의 모습을 연기한다. 홍선우가 농부와 식당의 지배인, 메이의 석유회사 동료 역을 맡았다. 석유 램프와 함께 등장해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방문객 윌리엄 휘트콤은 신예 이은호가. 석유 소유권 협상을 요구하는 혁명평의회 대리인 미스터 파룩은 노현수가. 미래의 에너지원을 판매하는 중국인 세일즈우먼 팬 왕은 경지은이 연기한다.

세대가 다른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과 속도감 있게 이어지는 이야기 속 다양한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생생하고 강렬한 무대가 기대된다.

극단 풍경의 박정희 대표가 연출하고 여신동이 시노그라퍼로, 장영규, 김선, 정중엽이 음악과 사운드를 맡아 참여한다. 오는 5월 1일부터 9일까지 더줌아트센터에서 휴일 없이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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