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점 닫고 모집인 떠나자..1187억원 아낀 카드사

작년 모집인 9217명 "집계 최초 1만명 아래"
인터넷 모집 13%↑..모집인 지급비 1187억원↓
"생계형 직원 많지만 디지털 추세에 축소 불가피"

이정화 기자 승인 2021.03.30 15:03 의견 1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영업점이 사라지고 모집인은 떠나고 카드사 형편은 나아졌다. 온라인 발급 선호로 모집인 1789명이 줄면서 카드사들은 1187억원을 아꼈지만, 생계형 일꾼이 많은 카드 모집인들의 설 자리가 점점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신용카드 누적 발급매수는 1억1373만매로 전년 대비 2.5% 늘었다. 전년(5.6%)에 이어 둔화된 모습이다.

다만, 코로나19와 디지털 선호 추세로 '온라인 발급'은 커졌다. 지난해 신규회원 중 인터넷 모집 비중이 ▲2018년 17% ▲2019년 24%에 이어 37%로 늘어난 것.

카드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소비자들이 모집인이나 은행창구보다 온라인 채널 혹은 핀테크 플랫폼을 이용하는 비율이 높아졌다"면서 "각 카드사가 디지털 경영 확대를 이어가는 만큼, 온라인 발급도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대면 모집이 위축되자, 카드사들은 지난해 1187억원의 모집인 지급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누렸다.

반면, 이 같은 비대면 선호 추세에 모집인들의 거취는 고민거리가 됐다. 영업점 문이 줄줄이 닫히고, 설상가상 대면 접촉을 꺼리는 소비자까지 늘어나 나날이 설 곳이 좁아지고 있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모집인은 총 9217명으로, 2013년 집계 이래 처음으로 1만명 선이 무너졌다. 이는 전년(1만1382명)보다 19% 줄어든 수치다.

오프라인 영업점도 대폭 줄어든 건 마찬가지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 8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우리·롯데·하나·BC카드)의 국내 영업점포는 180개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보다 14.29% 감소한 수치다.

카드사 영업점포는 ▲2018년 상반기 308개 ▲2018년 하반기 264개 ▲2019년 상반기 210개 ▲2019년 하반기 206개에 이어 꾸준히 줄고 있다.

특히 지난 2019년 말 기준 현대카드는 107곳에서 53곳으로 영업점 문을 가장 많이 닫았다. KB국민카드는 70곳에서 39곳으로 영업점을 줄이고, 하나카드는 40곳에서 15곳으로 통폐합했다.

영업점과 카드모집인 감축은 디지털 전환 흐름과 수익성 악화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이 업계 입장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 영업점 축소는 몇년 전부터 이어진 일"이라며 "카드사 입장에서는 온라인 발급이 늘면 디지털 전환의 목표 중 하나인 오프라인 비용 절감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에게도 온라인 발급이 더 큰 효율을 가져올 것"이라며 "약 3년 전까지만 해도 고객이 카드를 발급받기 위해 직접 모집인을 대면하고 자필로 서명받고, 영업점은 서류를 넘기고 심사하는 등 복잡한 과정과 시간 비용을 비교적 많이 투자했다"고 말했다.

영업점 축소로 인해 카드 모집인들의 설 자리가 줄어드는 게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지만, 업계는 이같은 우려에 대해 묵묵부답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보험설계사 등 타 모집인과 비교해 카드 모집인들은 비교적 생계형 종사자 비율이 높다"며 "여전히 대면 모집이 전체 발급의 절반 이상을 차지 하는 만큼, 모집인이 아예 사라질 수는 없을 것이고, 산업 변화 흐름으로 계속해서 감소세를 띠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고, 애매한 문제"라고 말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같은 모집인 축소 문제를 두고 "모집인 통해서 만들면 혜택 많다던데 요즘 어디에 있어?", "오만가지 이유로 고용 줄이네", "온라인 발급했는데 이틀 만에 오더라", "온라인 혜택이 더 크던데", "카드 재발급도 온라인으로 할 수 있어서 완전 간편함", "코로나19 때문에 사람 만나는 것도 불편해", "다 지인 건너 소개받아서 그런가 요즘 설계사 찾는 거 만만찮음ㅜㅜ" 등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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