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라임 중징계 피한다..윤석헌 "감경 사유 찾는 중"

국회, "CEO에 너무 강한 조치" 지적
윤 원장, 중징계 사전통보에 대해 전환적 태도, 은성수 위원장도 사실상 동의

조승예 기자 승인 2021.02.18 15:34 의견 0
우리은행 본점 [자료=우리은행]

[한국정경신문=조승예 기자] 손실이 확정되지 않은 라임 사모펀드와 관련해 판매사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 논의가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신한 등 최고경영자(CEO)에 중징계를 사전 통보했던 금융당국이 회사별 감경 사유를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최종 징계 수위가 낮아질지 주목된다.

■ 홍성국 의원 "라임 관련 금융사 CEO에 대한 조치 너무 강하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7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라임 펀드 판매사 제재에 대해 "시스템 내에서 감경할 부분을 찾고 있다"면서 "특히, 소비자보호 등을 잘하는 회사의 경우에는 반영될 수 있는 여지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윤 원장에게 "라임 사태 후속조치 과정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서 "금융사 CEO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너무 강한 조치들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지난 3일 라임 사태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 '직무 정지'를, 진옥동 신한은행장에게 '문책 경고'를 사전 통보했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 권고·직무 정지·문책 경고·주의적 경고·주의 등 5단계로 나뉜다. 이 중 문책 경고 이상은 3∼5년 금융사 취업을 제한하는 중징계로 분류된다.

금감원은 불완전 판매의 책임 등을 물어 중징계 처분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홍 의원은 "금융기관장에 오기까지 30년 정도의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금융기관 CEO도 마찬가지다. 그 많은 경력과 노력들이 있었는데 이 부분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5000억원 이상을 버는 회사의 CEO가 10억 벌려고 이런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면서 "도매금으로 매도되면서 모든 책임을 그들에게 묻고 있는 부분은 금융발전을 위해 상당히 좋지 않다. 너무 강하게 밀어가는 건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 금감원장 "심각하게 더 생각할 것"..금융위원장 "법적 테두리 내에서 해야"

윤 원장은 "기본적으로 지난해 파생결합펀드(DLF) 당시 제재 양정이 베이스가 됐다"면서 "지금 진행되고 있는 제재 양정은 그 출발점을 베이스로 놓고 더 잘못한 것이 있느냐, 감경 사유가 있느냐 이런 것들을 따져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DLF부터 라임과 옵티머스 등 다른 사모펀드 사태에 이르기까지 대규모의 금융사고가 일어난 것에 대해 엄정한 제재를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은 유지했다.

다만, 기본 취지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홍 의원의 의견을 긍정적으로 참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원장은 "개인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기관의 미래에도 영향을 미치는 점들이 있어서 조금 더 신중하게 볼 필요는 있다. 내부적으로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2월 내부 조직 규정을 개정해 중대한 소비자 피해를 야기한 금융사 제재 시 이를 금융소비자보호처장과 사전에 협의하도록 한 바 있다.

지난해 5월에는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에 '금융거래자의 피해에 대한 충분한 배상 등 피해 회복 노력 여부'를 제재 양정 시 참작 사유로 추가했다.

금융사가 적극적으로 소비자 배상에 나서도록 제도적인 유인책을 마련한 것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이날 정무위에서 "(판매사의) 잘못에 대해서는 엄하게 해야 한다"면서 "다만, 법치국가라는 점을 생각해 법에서 정한 테두리 내에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 위원장은 "법이 모든 것을 다 상세하게 정할 수는 없지만, 법이든 시행 규정이나 모범 규정 등에 따라야 하는 부분을 분명하게 하는 것이 저희의 책무라고 생각하고 잘 만들어나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 우리은행, 소비자 피해 회복 노력 인정받나..징계 수위 하향 촉각

금융권에서는 우리은행 등이 소비자 피해 회복 노력을 인정받아 제재를 감경받는 첫 사례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시나리오가 나온다.

우리은행이 라임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호) 투자자에게 원금을 100% 돌려주라는 금감원의 분쟁조정안을 수락한 것 등을 평가할 만하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우리은행은 손실이 확정되지 않은 다른 라임 펀드에 대해서도 추정 손해액 기준으로 우선 배상한 뒤 추가 회수액을 사후 정산하는 방식에 동의해 절차가 진행 중이다.

지난해 6월에는 라임 플루토 FI D-1호 펀드와 테티스 펀드 투자자에게 원금의 약 51%를 선지급하기로 한 바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금융소비자보호처가 우리은행의 소비자 보호 노력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 의견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금융사 CEO에 대한 징계의 법적 근거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및 시행령을 인용하기에는 다소 모호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사 지배구조법 제24조는 '금융회사는 주주·이해관계자 등을 보호하기 위해 금융회사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준수해야 할 기준·절차(내부통제기준)를 마련해야 한다'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금융지주회사법 제15조와 관련 시행령에 따르면 금융지주회사 업무에는 '자회사 등에 대한 내부통제 및 위험관리 업무'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지주사 회장은 그룹사들의 경영을 관리할 뿐 각 계열사의 영업을 직접 통제하지 않는데도 일일이 관련 최종 책임을 CEO에게 물을 수 있냐는 문제 제기다.

한편, 라임펀드를 판매한 우리은행·신한은행에 대한 금감원의 제재심의위원회는 오는 25일 열린다. 징계안은 금감원의 제재심 및 금융위의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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