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중수소 논란] ② '바나나 칼륨'에 과도한 공포 vs 인체 결합 특성 무시

최태원 기자 승인 2021.01.27 10:20 의견 0
경북 경주 월성원전 주변 농작물 삼중수소 농도의 연도별 추이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최태원 기자] 삼중수소를 바라보는 원자력학계와 환경단체간 입장은 크게 엇갈린다. 자연생태계에도 삼중수소가 존재한다는 학계와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는 환경단체간에 다른 주장이 확연히 맞선다.

■ 원자력학계 "월성원전 삼중수소에 과도한 공포"

27일 학계와 환경단체 등에 따르면 삼중수소가 방사성 물질이라는 사실은 이미 증명됐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삼중수소가 자연상태에서도 존재하는 물질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김희령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는 "삼중수소는 대기의 질소와 우주방사선(중성자)으로부터 매년 150∼200g 정도 생성된다"고 밝혔다. 이어 김 교수는 "자연적으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삼중수소는 3.5㎏"이라며 "자연의 물에는 1∼4Bq/ℓ가, 우유에는 2.1Bq/ℓ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건욱 서울대 의대 핵의학실 교수 역시 이번 월성원전에서의 삼중수소 검출이 위험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바나나뿐만 아니라 쌀이나 버섯, 육류, 생선 등 우리가 섭취하는 모든 음식에 삼중수소가 들어있다"고 언급하며 "삼중수소는 물 형태로 존재하고 체내에 들어오면 주로 소변으로 배출된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방사성에 대한 공포감을 언급하며 이 같은 공포감이 악영향을 끼친다고 전했다. 이 같은 공포감이 결국 화석연료를 빨리 퇴출하지 못하는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경주 월성 원자력발전소 부지에서 발견된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는 인체에 위해를 끼치지 않는 수준이라는 것이 원자력 학계 인사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인체에 흡수된다 해도 10여일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줄어든다며 확대해석이나 과대해석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앞서 한국원자력학회와 대한방사선방어학회가 지난 18일 '월성원전 삼중수소, 정말 위험한가'라는 주제로 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도 이번 검출 결과를 확대해석하는 것을 경계했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경주월성·방폐장 민간환경감시기구가 두 차례 월성원전 주변 주민의 체내 삼중수소 농도를 분석했을 때 1차 조사에서는 평균 5.5㏃/ℓ, 피폭량은 약 0.6μSv(마이크로시버트)였고 2차 조사에선 3.1㏃/ℓ, 피폭량은 0.34μSv였다"고 밝혔다. 정 교수에 따르면 "0.6μSv의 피폭량은 연간 바나나 6개를 먹을 경우"에 해당한다. 더구나 2차 조사 결과는 바나나 3.4개를 섭취했을 때의 피폭량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 환경단체 "이해관계자와 무관한 민간 차원 조사 필요"

원자력학계와 달리 환경단체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최근 환경운동연합이 주최한 간담회를 통해 '바나나 6개' 발언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백 교수는 "바나나에 함유된 칼륨과 달리 삼중수소는 우리 몸에서 결합하는 특성이 있다"며 이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환경단체는 삼중수소 검출 문제를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원전이 국가시설인 만큼 국회와 정부 주도하에 조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등 이해관계자와 무관한 민간 차원의 조사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중수소 검출과 유해성 여부는 결국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꾸리는 조사단의 판단에 따라 판가름날 전망이다. 원안위는 지난 22일 월성원전 삼중수소 검출에 대한 조사를 포함한 올해 사업계획을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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