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아파트 증여 역대 최다..전년比 43% 늘어

이혜선 기자 승인 2021.01.19 17:00 의견 0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이혜선 기자] 다주택자를 겨냥한 고강도 부동산 세금 인상 대책이 잇따르면서 지난해 아파트 증여가 역대 최다치를 경신했다.

19일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거래 현황(신고일자 기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아파트 증여는 9만1866건으로 2006년 관련 통계가 공개된 이래 가장 많았다.

전국 아파트 증여는 2018년 6만5438건에서 2019년 6만4390건으로 감소했다가 지난해 43% 증가했다.

특히 서울의 아파트 증여 건수는 지난해 2만3675건으로 전년(1만2514건) 대비 1.9배로 급증하며 역대 가장 많았다.

서울 25개 구 가운데 아파트 증여가 많은 곳은 송파구(2776건), 강동구(2678건), 강남구(2193건), 서초구(2000건) 등의 순으로 나타나 강남권 4구에 집중됐다.

강서구(867건)는 전년(235건) 대비 아파트 증여 건수 증가 폭이 3.7배에 달했다.

지난해 매매·판결·교환·증여·분양권·분양권전매·기타소유권 이전 등의 아파트 거래 가운데 증여 비중은 서초구(26.8%), 송파구(25.4%), 강동구(22.7%) 등의 순서로 높았다. 지난해 이들 지역에서 아파트 거래의 4건 가운데 1건꼴이 증여였다는 얘기다.

서울뿐 아니라 경기와 인천도 지난해 아파트 증여가 각각 2만6637건, 5739건으로 연간 최다 수치를 갈아치웠다.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의 아파트 증여 건수(5만6051건)는 전국 증여 건수의 61%를 차지했다.

이처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전국적인 아파트 증여 열풍은 지난해 정부가 다주택자를 겨냥한 고강도 부동산 세금 인상 대책을 내놨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난해 7·10대책에서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최고 세율을 기존 3.2%에서 6.0%로, 양도소득세 최고 세율을 기존 42.0%에서 45.0%로 올렸다. 이는 올해 1월부터 시행됐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증여가 가장 많았던 시기는 7월(1만4153건)로 증여가 월간 1만 건을 넘은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정부가 7·10대책을 발표한 뒤에도 같은 달 조정대상지역 내 3억원 이상 주택을 증여하는 경우 수증자가 내야 할 취득세율을 기존 3.5%에서 최대 12.0%까지 높이는 지방세법 개정안을 내놨기 때문이다. 이후 8월 11일 개정안이 처리되기 직전까지 세금 중과를 피하기 위한 아파트 증여가 일시에 몰린 것이다.

관련 대책이 잇달아 나온 직후 전국 아파트 증여는 8월 8668건, 9월 7299건, 10월 6775건으로 줄었다. 그러나 11월 9619건, 12월 9898건으로 최근 2개월 연속 증가세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아파트값이 상승한다는 심리가 지배적이라 가족 간 증여가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했다. 아파트를 팔 때보다 증여할 때 세금이 더 적은 것도 이유로 꼽았다. 현재 다주택자의 양도세율(16∼65%)보다 증여세율(10∼50%)이 낮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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