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아모레 리더십'..서경배 회장, 가맹점주 갈등·실적 부진 등 '사면초가'

박수진 기자 승인 2020.10.14 15:20 | 최종 수정 2020.10.14 17:01 의견 1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자료=아모레퍼시픽그룹)

[한국정경신문=박수진 기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가맹점 대상 온-오프라인 불공정 영업 논란 및 계속되는 실적 부진으로 사면초가에 몰렸다. 특히 가맹점 갈등과 관련해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하면서 연일 논란이 일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상반기에 이어 3분기 예상 실적마저 밝지 않으면서 서 회장 리더십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고열·근육통으로 불출석 비난..22일 종합국감 재소환

14일 국회에 따르면 서 회장은 오는 22일 열리는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등 종합감사 증인으로 다시 채택됐다. 당초 서 회장은 지난 8일 열리는 국감 증인으로 명단에 올랐지만 고열·전신 근육통을 이유로 불참했다.

서 회장이 8일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데는 ‘가맹점과의 갈등’에 대한 해명과 ‘상생’을 위한 방안을 듣기 위해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의 요청에 의해 채택됐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초 서 회장이 ‘온라인 전환 가속화’를 선언하면서 가맹점 측과 갈등을 겪고 있다. 아모레가 운영하는 이니스프리·아리따움 등 주요 브랜드 가맹점주들은 본사가 주력 제품들을 가맹점보다 이커머스 등에서 더 싸게 판매하면서 고사 위기에 처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실제로 오프라인 매장에서 ‘정가’에 판매되고 있는 가맹점 제품들은 e-커머스 쿠팡에서는 최대 43% 할인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우선 이니스프리의 ‘더 그린티 씨드 크림(50ml)’은 현재(14일 기준) 오프라인 매장에서 2만2000원이지만 쿠팡에서는 39% 할인된 1만3250원에 판매되고 있다. ‘제주 왕벚꽃 톤업 크림 50ml’도 매장에서는 2만원이지만 쿠팡에서는 43% 할인된 1만1400원이다. 이니스프리의 대표 모공 케어템인 ‘수퍼 화산송이 모공 마스크 2X’도 매장에서는 1만3000원이지만 쿠팡에서는 35% 할인된 8370원에 판매되고 있다.

에뛰드하우스도 매장보다 쿠팡에서 저렴한 가격에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에뛰드하우스의 ‘플레이 컬러 아이즈 섀도우 팔레트(카페인홀릭)’는 매장에서 정가로 2만2000원이지만 쿠팡에서는 46% 할인된 1만1680원이다. ‘더블래스팅 파운데이션(30g, 엠버)’은 매장에서 2만2000원이나 쿠팡에서는 42% 할인된 1만2680원이다. 

서 회장의 국감 불참에 정무위 국민의힘 간사인 성일종 의원은 “이는 국회 모독”이라며 “고열이 나는데 ‘정형외과’에 가서 증빙서(소견서)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유의동 의원도 “종합 국감 때(22일)는 코로나가 아니라면 증인으로 참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상반기 이어 3분기 실적도 감소 예상..경쟁사 LG생건과 비교

국감 불참으로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른 서 회장은 안으로는 실적 부진으로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올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2조1865억원으로 전년(2조8444억원) 대비 23.1% 줄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64.9%, 58.8% 감소한 961억원과 737억원에 머물렀다. 2016년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중국 시장에서 입지가 좁아진 가운데 코로나19 악재까지 겹치면서 실적 감소 폭이 커졌다. 

문제는 3분기 전망도 어둡다는 점이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3분기 실적은 연결 기준 매출액 1조976억원, 영업이익 372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1.7%, 65.6% 감소한 수준이다. 전분기 대비로는 3.9%, 6.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혜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의 3분기 실적은 시장 컨센서스를 하회할 것”이라며 “내수 면세 채널은 전분기 대비 역성장 폭이 감소할 것으로 보이나 백화점, 방문판매, 전문점 포함 오프라인 채널은 코로나19로 인한 트래픽 감소 영향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정 연구원은 “온라인 채널을 제외한 오프라인 채널은 코로나19 영향권에 놓여있어 단기간의 실적 부진은 피할 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이익 기여도 높은 면세 채널이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하반기 광군제 효과까지 더해지며 전사 실적은 점진적 개선세를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쟁사인 LG생활건강과 비교되는 부분도 서 회장의 리더십 의구심을 짙게 한다. 코로나19 여파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아모레서피식과 달리 LG생활건강은 ‘차석용 매직’이라고 불리며 61분기 연속 성과를 내고 있어서다.

LG생활건강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3조6795억원으로 전년 대비 0.7%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6370억원으로 2.1% 늘었다. 매출액이 소폭 감소세를 보였으나 아모레퍼시픽이 23%가량 떨어진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영향을 받지 않은 셈이다. 또한 3분기 예상 영업이익 역시 컨센서스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가맹점주 갈등은 물론 실적 부진까지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면서 “이번 종합감사 때 논란이 더욱 불거질 경우 주주들 반응도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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