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하는 도보여행]<1> 무작정 출발!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김재희 기자 승인 2017.10.26 09:24 의견 0

[한국정경신문=김재희 칼럼니스트]

# 여행을 무지 좋아하지만 아이들 때문에 여행을 할 수 없었던 평범한 주부. 할 수 없이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떠나게 되었지만 아이들 때문에 여행을 계속하게 되었다. 7살부터 5학년까지 네 명의 아이와 함께 티격태격하며 도보여행을 시작했다. 서로 큰 소리로 다투고 짜증내고 길가에 주저 앉으며 못 간다고 하는 아이들을 얼르고 달래며 끝까지 걸어가기를 멈추지 않았던 이야기. 여행을 하며 행복이란 것을 알고 자유로움을 알고 바람과 산과 들을 알아갔다. 특히 사람에 대한 신뢰와 소중함을 느끼며 소통해가는 이야기다.

 

생애 처음 둘러메고 떠날 여행 베낭

여름방학이 끝나고 개학하는 날, 아이들이 학교에서 오자마자 베낭을 둘러메고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 가는 길에 어린이집에도 들렀다. 아직 어린이집에 있는 막내 미나를 데려가기 위해서였다. 도보여행을 떠나게 되어 며칠 동안 미나를 어린이집에 보낼 수 없을 것이라고 어린이집 원장님께 말씀을 드렸다. 원장 선생님은 활짝 웃으면서 "어린이집보다 더 좋은 공부는 세상구경하는 것"이라며 진심으로 응원해주었다. 커다란 응원이었고, 기분 좋게 떠날 수 있는 힘이 되었다.

비행기 좌석이 있는지 알아볼 여유도 없었다. 갑자기 떠나기로 결정을 했고, 즉흥적으로 여행길에 나섰기 때문이다. 공항에 도착해서 각 항공사마다 티켓팅 하는 곳을 보니 맨 끝 쪽에 제주행 3만원대라는 글자가 눈에 확 들어왔다. 진에어였다. 표가 있는지 묻자 지금 막 출발하려는 비행기에 좌석이 있는데, 뛸 수 있느냐고 물었다. 숨도 쉬지 않고 바로 "네, 뛸 수 있어요" 라고 대답했다. 표를 끊어준 직원이 무전기를 입에 가져다 대고 연락을 취하며 뛰었다. 우리도 그 뒤를 따라서 뛰었다. 뭐라 말하지 않아도 덩달아 뛰어가는 아이들. 무슨 생각을 하며 뛰었을까?

남자 직원의 뒤를 따라 열심히 뛰며 숨이 차고 다리도 아팠지만 입가에 번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무거운 베낭을 등에 메고 있는 아이들은 오히려 나보다 저만치 앞서 뛰어가고 있었다. 항공사 직원의 뒤를 따라 뛰면서 보이지도 않는 비행기를 향해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하며 일곱 살 미나가 외쳤다. 뛰면서 이렇게 신나기는 처음이다. 정말 떠나는구나. 우리의 여행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그렇게 해서 제주로 향한 비행기에 올랐다. 어른 한 명, 아이 네 명. 총 15만원. 생각보다 저렴한 비용도 마음에 들었다. 비행기를 타기 위해 숨이 차게 뛰었는데도 전혀 힘들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전에 일 때문에 제주에 갔다 오면서 비싼 비행기 값을 조금이라도 아껴본다고 저가 항공을 이용한 적이 있다. 그때를 생각하면서 애들이라 조금 할인을 받는다고 해도 가는 데만 30만원은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약간의 부담은 있었지만 그 정도는 감수하리라 마음먹고 있었는데 이게 왠 떡, 우리에겐 행운이었다.

우리의 여행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아무 계획도 준비도 없이 무작정 떠났다. 어디를 갈지, 무엇을 볼지, 무엇을 먹고, 어디에서 잠을 잘 것인지 정해진 것도 아는 것도 없었다. 어린 아이 네 명을 데리고 길 위로 나섰던 무모한 엄마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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