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노트] 가난한 중개사 ‘한탕’에 올인..생존형 불법중개 확산

신영호 기자 승인 2018.04.12 08:00 의견 0
서울 동작구에서 폐업 중인 중개업소의 모습.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이 없음 (사진=J부동산) 

 

[한국정경신문=신영호 기자] 부동산 불법중개가 공인중개사들의 생존전략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닥권에 머문 수익구조가 더 악화되는 눈앞의 현실과 중개업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 중개사들을 ‘한탕주의’로 내몰고 있다는 얘기다. 

11일 중개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처한 현실은 열악하다.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는 “비수기 때에는 한달 매매건수가 1건도 성사되지 않은 경우가 있다”면서 “요즘에는 손님들이 견본주택을 방문한 후 그냥 가버린다. 예전에는 단지 입지를 물어보는 손님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없다”라고 말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지난해 회원 1만5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절반 이상이 연 매출 3600만원 미만이었다. 2400만원 미만으로 벌어들인다는 중개사 비율은 22%로 가장 높았다. 

다른 공인중개사는 “부동산 경기가 호황이어도 서울 지역 중개업은 포화상태라 출혈경쟁이 심한 상태”라고 말했다. 손해를 감수하며 중개사무소를 운영해야 하는 만큼 ‘매매시장의 온기’가 돌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공인중개사는 “사무실 지출을 줄이려고 손님 발길이 뜸한 시간대에는 문을 닫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부동산 중개업소는 편의점과 학원보다 수가 많다. 상가정보연구소가 분석한 상권밀집도를 보면 부동산 중개업소의 밀집율은 1.36%로 가장 높았다. 편의점 등 생활서비스(1.08%), 학원 등 교육(1.05%)보다 0.3%포인트 높은 수치다. 

밀집률 0.8이상~1.2미만은 보통이고 1.2이상~1.7미만은 높음이다. 1.7이상이면 매우 높음으로 분류된다. 업계에서는 조만간 중개업소 밀집율이 현재 높음 단계에서 매우높은 단계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 부동산자산관리사는 “2015년 기준으로 전국 개업 공인중개사 수는 9만여명이 넘었는데 2018년 현재는 12만명 수준으로 늘었다”며 “부동산거래 시장 위축도 문제지만 중개사의 과포화는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걸 뜻한다”고 설명했다. 

치열한 경쟁구조는 중개사의 불법행위를 부추기는 여러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최근 서울시가 강남 4구에 이어 전 지역으로 중개업소의 불법행위를 엄단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업계에서는 “연례행사마냥 올게 왔다”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개발 붐이 일어난 곳곳을 옮겨 다니며 전매제한 걸린 물건 확보해 손님에게 팔아치운 중개사들이 한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영난에 허덕이던 중개사들이 불법전매 등을 통해 몇억 벌었다는 얘기를 거리낌 없이 하는 걸 보면 불법중개가 관행으로 굳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길을 가다 보면 번듯하게 잘 꾸며놓은 사무실이 눈에 띄는데 십중팔구 불법 중개 행위를 하는 곳일 것”이라며 “작은 점포의 영세 중개업자들은 돈이 없어서 못하는 것뿐이지 자금만 끌어 모을 수 있다면 누구나 한탕을 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산관리사는 “불법 중개로 돈을 번다해도 사무실 유지비 등 지출해야 할 돈이 많아 실제로 돈을 번 중개사는 극소수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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