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민관합동조사단 "나눔의 집, 후원금 88억 원 중 시설엔 2억 원"

"후원금 모집, 법인·시설 운영, 역사적 기록 관리 등에 문제점 있다"

이근항 기자 승인 2020.08.11 12:05 의견 0
송기춘 나눔의집 민관합동조사단 공동단장이 11일 경기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조사결과를 발표했다.(자료=경기도청)


[한국정경신문(경기)=이근항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거주시설인 나눔의 집이 수십억원의 후원금을 모집한 뒤 이를 할머니들에게 직접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송기춘 나눔의집 민관합동조사단 공동단장은 11일 경기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런 내용을 담은 나눔의 집 민관합동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송 단장은 “민관합동조사 결과 나눔의 집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홈페이지 등을 통해 ‘할머니들의 생활, 복지, 증언활동’을 위한 후원금 홍보를 했으며 여러 기관에도 후원요청 공문을 발송하는 등 지난 5년간 약 88억원 상당의 후원금을 모집했다”면서 “이 과정에서 나눔의 집 법인이나 시설은 기부금품법에 의한 모집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에 후원금의 액수와 사용내역 등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으며, 등록청의 업무검사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사단 결과에 따르면 현행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1000만 원 이상의 기부금품을 모집하려는 자는 등록청(10억원 초과인 경우 행정안전부)에 등록해야 한다. 

국민들이 후원한 돈은 나눔의 집 시설이 아니라 운영법인 계좌에 입금됐다. 이렇게 모인 후원금 약 88억원 중 할머니들이 실제 생활하고 있는 나눔의 집 양로시설로 보낸 금액(시설전출금)은 2.3%인 약 2억 원이었다. 이 시설전출금도 할머니들을 위한 직접 경비가 아닌 시설 운영을 위한 간접경비로 지출된 것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운영법인이 재산조성비로 사용한 후원금은 약 26억 원으로 파악됐다. 재산조성비는 토지매입과 생활관 증축공사, 유물전시관 및 추모관 신축비, 추모공원 조성비 등으로 사용했다.

나머지 후원금은 이사회 회의록 및 예산서 등을 살펴봤을 때 국제평화인권센터, 요양원 건립 등을 위해 비축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사회 의결 과정에서 부당행위도 있었다. 나눔의 집은 법인 정관상 이사의 제척제도를 두고 있음에도 이사 후보자가 이사 선임절차에 참여해 자신을 이사로 의결했다. 

2019년 11월 이사회에서는 사외이사 3명이 자신들의 이사 선임에 관한 안건 의결에 참여했는데 이들을 제외하면 개의정족수에 미달됨에도 회의가 진행됐다. 

또한 조사과정에서 할머니에 대한 정서적 학대의 정황도 발견됐다. 간병인은 “할머니, 갖다 버린다”, “혼나봐야 한다” 등 언어폭력을 가했고, 이는 특히 의사소통과 거동이 불가능한 중증환자 할머니에게 집중됐다.

아울러 할머니들의 생활과 투쟁의 역사를 담은 기록물이 방치되고 있었다. 입퇴소자 명단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고 할머니들의 그림과 사진, 국민들의 응원 편지 등을 포대자루나 비닐에 넣어 건물 베란다에 방치했다. 

경기도는 추후 민관합동조사단으로부터 최종 조사결과를 받아 세부적으로 검토한 뒤 경찰에 수사의뢰 하는 한편, 사회복지사업법 등 관계 법령을 위반한 사항에 대해서는 행정처분 할 예정이다.

한편, 나눔의 집 민관합동조사단은 지난 7월 6일부터 22일까지 행정과 시설운영, 회계, 인권, 역사적 가치 등 4반으로 나눠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 집(법인)과 노인주거시설 나눔의 집(시설),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및 국제평화인권센터 등에 대해 조사했다. 

민관합동조사단은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조영선 변호사(전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 정희시 경기도의회 의원, 이병우 경기도 복지국장을 공동단장으로, 경기도와 광주시의 공무원과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