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 풍선효과?..은행 개인 신용대출 사상 첫 120조원 돌파

조승예 기자 승인 2020.08.04 10:38 | 최종 수정 2020.08.04 17:16 의견 0
지난달 국내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이 사상 처음으로 120조원을 돌파했다. (자료=KBS)

[한국정경신문=조승예 기자] 개인들이 부동산 규제로 담보대출이 어려워지자 은행 신용대출로 몰린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5대 은행의 개인 신용대출 잔액이 사상 처음으로 120조원을 돌파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국내 5대 은행의 지난달 신용대출 잔액은 120조204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월 대비 2조6810억원(2.28%) 늘어난 수치다. 사상 최대 증가폭을 기록한 지난 6월에 이어 두 달 연속 큰 폭으로 증가했다.

개인 신용대출 잔액 증가 폭은 지난 2월 1조1900억원에서 3월 2조2408억원으로 전월 대비 2배 늘어났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다.

지난 4월에는 4975억원으로 급격하게 줄었다가 5월 1조639억원, 6월 2조8347억원으로 다시 급증했다.

은행에서 받은 신용대출 자금은 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갔을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치솟는 집값에 불안감을 느낀 사람들이 '패닉 바잉'(공황 구매)에 나서면서 주택 매매 시장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7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값은 전월 대비 1.12% 올랐다. 지난해 12월(1.24%)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6·17 부동산 대책 등으로 정부 규제가 강화돼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담보대출이 막히자 은행 개인 신용대출로 옮겨간 것으로 분석된다. 

국토교통부의 ‘2019년~2020년 7월 사이 금융기관 대출 포함 거래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월부터 2020년 7월까지 서울에서 매매된 주택 16만8638건 중 57.4%인 9만6825건이 금융기관 대출액을 포함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통합당 김상훈 의원은 “2020년 3월 이후 주택담보대출 비율은 30% 중반에서 40% 초반을 반복했으나 신용대출은 2020년 3월 10%에서 6월 19.9%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면서 “담보대출 규제 여파가 신용대출 확대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동학개미'도 신용대출에 일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소득절벽에 직면한 이들이 늘어난 점도 신용대출 급증의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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