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한 도보여행]<18> 강진 가는 길, 길 위에서 만난 또다른 여행자, 훈계할머니

김재희 칼럼니스트 승인 2017.12.01 17:59 의견 0

[한국정경신문=김세훈 기자] # 여행을 무지 좋아하지만 아이들 때문에 여행을 할 수 없었던 평범한 주부. 할 수 없이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떠나게 되었지만 아이들 때문에 여행을 계속하게 되었다. 7살부터 5학년까지 네 명의 아이와 함께 티격태격하며 도보여행을 시작했다. 서로 큰 소리로 다투고 짜증내고 길가에 주저 앉으며 못 간다고 하는 아이들을 얼르고 달래며 끝까지 걸어가기를 멈추지 않았던 이야기. 여행을 하며 행복이란 것을 알고 자유로움을 알고 바람과 산과 들을 알아갔다. 특히 사람에 대한 신뢰와 소중함을 느끼며 소통해가는 이야기다.

모텔에서 나온 우리는 북평 면사무소가 있는 남창을 출발하여 강진을 향해 걸었다. 걷다가 쉬고 놀다가 가고 우리의 걷기는 늘 이랬다. 늘 힘들다고 하면 나무 그늘에 앉아 쉬고 길가다 초등학교를 만나면 운동장에서 놀다 갔다. 우리가 여행하는 방식이다. 죽어라 힘들어도 참으며 걷는 강행군이 아니다.

신전초등학교. 그야말로 작은 시골 학교였다. 우리는 운동장의 나무그늘에서 쉬었다. 수돗가에서 발 맛사지도 했다. 미나 말대로 몸에 밧데리를 충전시키고 다시 길을 나섰다. 100m쯤 걸어갔을까. 학교 밖 길모퉁이 나무 그늘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쉬고 있는 나이 지긋한 커플이 있었다. 동네 사람인줄 알고 인사를 한 후 용월리까지 얼마나 남았나 물었다. 그런데 그분들도 여행 온 거라 모른다고 했다.

더위에 지쳐 걸으며 훈계 할머니를 만나기 전 어디쯤

애들 데리고 어딜 가냐고 하길래 우리는 땅끝 마을에서 걸어 강진으로 가는 중이라고 했다.

"이 애들이랑 같이?"하며 놀란다.

인천에서 오셨다는 할머니 할아버지는 우리가 사는 일산과 가깝다며 반가워했다. 잠깐 얘기를 나누고 서로 즐거운 여행 되기를 바란다며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차를 타고 떠났다. 가다가 주유소에서 찬물을 두 병 얻어 챙겼다. 물이 필요할 때는 주유소로 얻으러 갔다. 여기저기 주유소가 있어 다행이다.

마을 이름도 참 다양하고 새롭다. 태월마을, 신정마을, 월하마을 등등. 마을 입구마다 큰 바위에 마을의 이름을 새겨 세워 놓은 것이 보인다. 산이 병풍처럼 둘려 쌓여있고 안쪽으로 벼밭이 펼쳐진 풍경이다. 이 벼들이 우리가 매일 먹고 사는 건데... . 없어서는 안되는 건데... . 요즘 소비가 줄어 농사하는 사람들이 걱정이 늘었다고 한다. 밥도 덜 먹는 것인가?

나는 여행자~

4시쯤 월하마을을 조금 더 지났을까. 우리와 같은 방향으로 가던 차가 조금 앞쪽에서 멈추었다.

"우리보고 타라고 하면 안되는데... 우리는 강진으로 걸어가는데"하며 애들과 장난삼아 얘기하고 있는데 우리가 있는 쪽으로 좌회전 우회전 하여 골목에 차를 세웠다.

우리를 태워주려고 멈춘 게 아니구나. 다행이다 라고 생각하는데 차창문이 열리더니 안에서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포도를 많이 가져와서 애들이랑 같이 가면서 먹으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좀 전에 신전초등학교 근처에서 쉬다가 만났던 그 분들이다.

애들이랑 걷는데 식사는 어떻게 해결하느냐며 옥수수도 주고 포도랑 두유까지 넉넉하게 챙겨주었다. 가다가 생각하니 애들이 눈에 밟였었나... . '가지고 있는 것들 좀 나눠 주고 갑시다'하며 두 분이 대화를 나눴을 것 같은 상상을 해보았다. 무거우면 걷기에 힘들까봐 음식을 가지고 다니지 않아서 길가는 도중에는 뭐 먹을 것이 없었다. 아이들은 포도랑 옥수수에 얼마나 반가워 했는지 모른다.

인천에서 오셨다는 훈계 할머니와 할아버지. 화가 아저씨도 인천서 왔다고 했는데. 인천 사람들과 인연이 있나? 인천 사람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네? 앞으로 인천이라는 말을 들으면 반가움을 다가올 것 같다. 그 분들은 음식과 함께 친절을 베풀고 우리의 시야에서 멀어져 갔다. 갑자기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