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황소바람'보다 매서운 '감원 한파'..은행·보험·카드 등 전업권 강타

장원주 기자 승인 2018.12.14 16:11 의견 0
신한생명이 오는 19일까지 근속 20년 이상 일반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접수하고 있다. 모바일 등 달라진 금융환경, 글로벌 경제 유동성 등에 금융권은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에 잰걸음을 하고 있다.

[한국정경신문 = 장원주 기자]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매서운 한파에 더욱 몸이 움츠러드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감원의 칼바람에 선 금융권 종사자들이다.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은행은 물론 카드사, 보험사, 증권사 등 제2금융권도 연말 구조조정의 한파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고액 연봉을 받으며 부러움을 샀던 금융권 종사자들이 이제 감원 태풍 앞에 몸을 떨고 있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신한생명은 오는 19일까지 근속 20년 이상 일반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접수한다. 임직원 1300명인 신한생명은 2016년에도 희망퇴직을 실시한 바 있다. 2년여만에 추가로 인력을 감축하는 것이다.

신한생명 측은 "매출·이익 감소의 해결책으로 하는 게 아니라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노사 합의를 거쳐 결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16년과 2018년 모두 '실적이 오른 시점'에서 인력 감축에 나섰다. 신한생명의 2016년 당기순이익은 15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2% 증가했고, 2018년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292억원으로 1년 전보다 25%(258억원) 늘었다. 희망퇴직이 없었던 2017년은 되레 당기순이익이 1206억원으로 1년 전보다 19.9% 감소했다.

때문에 2022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른 추가 자본금 확충, 국내 생명보험시장의 점진적인 축소 전망 등을 감안해 여력이 있을 때 선제적 조치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신한금융지주가 인수할 오렌지라이프와 합병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앞서 미래에셋생명은 희망퇴직을 실시해 118명을 내보냈고, 농협생명도 23명이 희망퇴직했다. KB손해보험은 현재 노조와 희망퇴직을 협의 중이다.

시중은행들도 '몸집 줄이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지난달 10년 이상 근무자 가운데 만 40세 이상 직원과 내년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1962년생 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희망자를 받았다. 신청자는 총 610명으로 조만간 최종 퇴직자가 확정된다.

KEB하나은행도 ‘준정년 특별퇴직’을 통해 근속기간 만 15년 이상인 만 40세 이상 임직원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관리자급 27명, 책임자급 181명, 행원급 66명 등 274명이 회사를 떠났다. 신한은행은 내년 초 희망퇴직 실시를 검토하고 있고, SC제일은행도 희망퇴직 실시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국민은행 역시 임금피크제 예정자를 대상으로 퇴직 신청을 받을지 검토하고 있다.

카드업계에는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현대카드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으로부터 임직원 400명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을 받았다.

카드업계는 정부의 카드수수료 개편안에 따라 수익성이 급속도로 악화할 전망이어서 카드사들의 구조조정 도미노가 예상된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주식시장 침체에 따라 수익이 악화한 증권도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불고 있다. 내년 증시 전망이 부진해 업계 전반적으로 비용 효율화가 필요한 시점인 만큼 희망퇴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KB증권은 지난 12일까지 43세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일부 직원들이 노조를 통해 희망퇴직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구체적인 논의가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실시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금융권이 '몸집 줄이기'에 나선 데는 인터넷·모바일 뱅킹 확산 등으로 일손이 덜 필요한데 신입직원 채용을 대폭 늘린 만큼 인력구조 재편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비대면 채널 강화, 보험사 자본확충 문제, 카드사 수수료 인하 등으로 전 업권에 걸쳐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다"며 "특히 은행의 경우 신입직원을 많이 뽑은 만큼 대규모 인력 재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모바일을 통한 금융거래 안착으로 대면거래의 수요는 줄어들고 있다”며 “여기에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처리 등의 발달도 금융사의 인력 수요 감소를 부추기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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