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갬성'·'뉴트로'·'카멜레존'..2019년 소비자들은 무엇을 선택할까?

오세영 기자 승인 2018.12.14 15:47 의견 0
'2019 외식산업 소비트렌드 발표대회'에서 기조연설하는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 (사진=오세영 기자)

[한국정경신문=오세영 기자] '소확행', '워라밸', '가심비' 등 2018년의 트랜드를 나타내는 키워드는 타인이 아닌 개인의 행복에 초점을 맞춘 소비경향을 나타낸다. 이런 '개인만족도 높은 소비' 문화를 오는 2019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일 서울 양재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서 '2019 외식산업 소비트랜드 발표대회'가 열렸다. 이날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는 '대한민국 소비트렌드의 흐름과 시사'라는 주제로 내년도의 소비트렌드를 전망했다.

김난도 교수는 이번 2018년 한 해동안 유행했던 소비키워드를 되돌아보며 다가오는 2019년 한 해를 장식할 키워드를 분석했다. 올 한 해 소비트렌드의 중심이 된 키워드는 '소확행', '가심비', '워라밸' 등이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으로 일상에서 '나'에게 행복과 만족감을 얻는 것에 집중하는 소비 경향이 두드러졌다. 또 무조건 비싸고 싸다의 가격비교가 아닌 가격에 비해 '내'가 제품에 얼마나 만족도를 느끼는 지가 중요하게 작용했다. 오는 2019년에는 '컨셉팅', '필환경', '나나랜드' 등 9가지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소비트렌드가 흘러갈 전망이다.

■ '#갬성', 의미없는 물건사기는 NO..컨셉팅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로 등장하는 단어 가운데 '갬성'이라는 말이 눈에 띈다. 김난도 교수는 이 '갬성'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난다고 전망했다. 즉 가성비나 품질이 아닌 희귀하고 재미있는 컨셉의 제품에 빠르게 반응한다는 것.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로 소통하는 세대이자 SNS에 이미지 위주로 자신을 표현하는 Z세대의 트렌드다. 이전세대와 달리 Z세대의 경우 나무로 만든 간이 테이블과 체크무늬 돗자리 등 소품을 사용해 사진을 작품처럼 촬영한 뒤 SNS에 게시한다. 김난도 교수는 이런 현상을 "과다한 정보 속에서 간략한 핵심만을 원하거나 웃고 넘기는 재미를 얻고자 하는 심리가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는 마케팅이 아닌 컨셉팅의 시대"라며 "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직관적 '갬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인스타그램으로 리뷰도 쓰고 상품도 팔아볼까?..세포마켓

'셀슈머(Sell-sumer)'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지 않은가. SNS나 1인 미디어로 직접 판매에 뛰어든 소비자를 일컫는 단어다. 소비자들이 판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소비경향도 다양해지고 있다. '세포마켓'은 바로 이렇게 상품, 채널, 마케팅 방법 등이 세포처럼 무궁무진하게 생성되고 분열되는 것을 의미한다. 김난도 교수는 "본업말고도 여러 부업과 취미활동을 즐기는 N잡러들의 등장으로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SNS나 블로그로 고객과 직접 소통하고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며 제품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경로가 확대됐다. 또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으로는 디자인, 문서, 번역 등 전문분야의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해주는 재능마켓이 있다. 이를 두고 김난도 교수는 "초기 투자금이 적고 제품 관리가 쉽다"고 설명했다. 단 "판매자와 소비자의 장벽이 낮아 접근이 쉬워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약점도 밝혔다. 

■ '구관이 명관'..뉴트로

'복고', '레트로', '앤티크' 등의 소비 트렌드는 이제 옛말이 됐다. '레트로'는 옛것에서 추억과 공감을 느끼는 중장년층의 복고와 노스탤지어를 뜻한다. 그러나 앞으로는 시대를 아우르는 '뉴트로'의 트렌드가 퍼질 것이다. '뉴트로'는 경험하지 못한 것에 매력을 느끼는 젊은 세대의 신선한 느낌을 의미한다.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젊은 세대들의 설렘이다. 대표적인 예로 커피 한약방, 전자오락실, 동백양과점 등이 있다. 김난도 교수는 "신상에서 싫증난 젊은이들이 옛것에서 답을 찾기 시작했다"며 "새로운 것에 대한 불신도 '뉴트로'가 유행한 흐름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10대나 20대 사이에서 열광이 되는 현상도 '뉴트로' 현상에 따른다고 볼 수 있다.

■ 이제는 무조건이야..필환경 시대

지금까지 선택적으로 환경을 생각하는 '친환경'이 대세였다. 그러나 앞으로는 필수적으로 환경을 생각해야 하는 '필환경'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나'의 욕구를 충족할 소비활동을 하면서 환경보호도 실천하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김난도 교수는 "소비자안전에 대한 사회적 기준이 높아지고 있다"며 "미세먼지나 폭염 등 기상이변으로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뿐 아니라 정부와 기업 등도 앞장서서 환경오염을 방지하고자 제품에 엄격한 규제를 적용한다. 커피전문점의 종이빨대 적용, 플라스틱 컵 사용 줄이기 등이 해당된다.

■ 'ㅋㅋㅋ'는 시시해, 이모티콘이 대세..감정대리인

현대인들은 자신의 감정에 확신이 없고 표현에 서툴다. 이에 본인 대신 감정을 확인하고 표현해주기를 바라는 현상이 늘어나는 추세다. TV프로그램 가운데 '하트시그널', 카카오톡 이모티콘, 감정과 관련된 책의 소비가 늘어나는 것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김난도 교수는 "현대인들은 감정을 돌려서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며 "책 표지나 한 문장을 찍은 사진과 이모티콘, 음악 등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게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그는 "체험경제에서 감정경제로 변화하고 있다"며 "기업들은 자사만의 독창적이고 진정성이 있는 감정표현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전했다.

■ 자, 우리 고객님에 대한 자료가 여기있습니다..데이터 인텔리전스

김난도 교수는 "20년동안 지속된 정보기술(IT) 시대가 저물 것"이라며 "앞으로 30년동안 데이터기술(DT)시대가 열린다"고 설명했다. 산업의 의사결정이 철저히 데이터를 통해 이뤄진다고 전망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는 셈이다. 개인의 데이터를 확보해 모든 소비 행태를 추적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고 예측했다. 김난도 교수는 "이런 발전흐름에 따라 의료, 미용, 패션 등 모든 산업분야의 핵심 경쟁력으로 데이터 분석능력이 부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것과 관련해 법적, 제도적, 기술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여기가 카페야 도서관이야?..카멜레존

여건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하는 공간이라는 뜻의 '카멜레존'. 다른 업종과의 시너지효과를 창출하는 '하나은행 컬쳐뱅크', 'KB락스타 청춘마루', 체험공간으로 진화 된 '플래그쉽 스토어', '공유 오피스'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김난도 교수는 "단순히 소비만 이뤄지는 공간이 아닌 사람을 모으고 감성을 소비하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며 카멜레존의 배경을 설명했다. 시설 자체의 쓰임보다 시각적이나 감각적으로 경험을 충족시켜 줄 콘텐츠를 담은 공간이 살아남는 것이다. 김난도 교수는 "지역사회와 연대할 수 있게 사람을 모으고 체류시간을 늘리는 '플레이스 마케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따로 또 같이..밀레니얼 가족

빨래 건조기, 로봇 청소기 등 '엄마'를 쉬게하는 제품의 매출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김난도 교수는 이를 '밀레니얼 가족'의 소비 파급력이라고 분석했다. '밀레니얼 가족'이란 1980년부터 2000년대 세대들이 부모인 가족을 뜻한다. 김난도 교수는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을 "평등학고 민주적이지만 이기적이고 실리를 추구한다"며 "절대빈곤은 없지만 상대적 박탈감에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희생하기보다 개인적인 시간을 존중하며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한다. 이들은 스마트폰으로 아이들을 교육하고 집안일을 가성비있게 진행한다. 또 '가정'을 절대적인 희생의 장소가 아닌 적정 행복의 장소로 여긴다. 김난도 교수는 "이 세대들의 라이프스타일은 앞으로 다른 세대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며 "밀레니얼 가족을 위한 상품과 서비스, 기술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수지 립스틱' 말고 '나한테 어울리는 립스틱!'..나나랜드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의 관습보다 '나'만의 기준으로 스스로를 사랑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2018년의 키워드 가운데 '자존감 회복'의 완성단계가 '나나랜드'다. 최근에는 연예인들이 쓰는 화장품이 아닌 자신만의 아름다움이 담긴 '퍼스널컬러'에 따른 화장품 소비가 늘고 있다. 또 자존감과 관련된 에세이가 베스트셀러에 자주 오른다. 김난도 교수는 "현대인들이 남을 신경쓰고 살아도 그들이 나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현상 배경을 설명했다. 이런 소비트랜드에 맞추기 위해 "제품 개발 단계에서 기존의 관념과 규범을 탈피하는 혁신적인 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예쁘지 않아도 매력적인 제품을 발굴해야 한다"며 "개개인 기호의 특별함을 존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고객님 갑질은 안돼요"..매너소비자

김난도 교수는 "'주 52시간 근로', '워라밸' 등 직장문화가 양적으로 변화한 데 이어 질적인 변화가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객을 직접 상대해야 하는 서비스 직종의 고충이 늘어나면서 감정노동 보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SNS매체를 중심으로 조직화된 소비자 갑질, 블랙컨슈머, 노쇼(No Show) 등 소비자가 직원을 상대로 저지르는 갑질사건이 수시로 발생한다. 김난도 교수는 "갑질을 하지 않으면 불이익이나 무시를 당할것 같은 염려에서 나오는 행동"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손님과 직원 사이의 워커밸(worker-custoner balance)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며 "건간한 소비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매너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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