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重·현대엔지니어링 등 '살인기업'의 하청노동자들.."더 이상 죽이지 말라"

장원주 기자 승인 2018.12.13 16:47 의견 0
지난 11일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1인 근무하던 하청업체 비정규직 김용균씨의 사망사고 이후 산재 사망사고 근절과 외주화 반대에 대한 국민적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자료=민주노총)

[한국정경신문 = 장원주 기자] 지난 11일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한국발전기술 소속 계약직 현장운전원 김용균(24)씨가 9·10호기 석탄운송설비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죽은 채 발견돼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2016년 구의역에서 스크리도어를 홀로 점검하다 꽃다운 나이에 목숨을 잃은 김모(19)군의 향한 추모의 물결이 이제 태안으로 옮아갈 태세다.

하지만 2018년 대한민국 노동현장의 현실은 안타까움만 존재할 뿐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연간 2400여명이 산재로 사망하는 대한민국. 하루 5명꼴로 산재사망자가 발생한다. 이들은 대부분 하정업체의 비정규직들이다.

대기업이 비용절감과 작업장 내 위험요소를 없앤다는 명분으로 중대재해가 발생할 수 있는 업무를 외주화하는 사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

특히 그동안 빈발하게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했던 사업장에서 재발하는 것에 대해 당국의 강력한 처벌 및 특단의 재발방지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13일 민주노총 등으로 구성된 '산재사망대책위 공동 캠페인단'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산재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사업장은 삼성중공업이다. 산재로 사망한 6명이 모두 하청업체 직원이다.

민주노총·한국노총·노동건강연대 등으로 구성된 캠페인단은 매년 세계산재노동자의 날(4월 28일) 즈음에 산재사망자가 다수 발생한 기업을 대상으로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을 개최하고 있다. 캠페인단은 고용노동부가 연말 발표하는 '중대재해 발생 보고'를 토대로 살인기업 선정과 그 이유를 밝히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남준우 사장이 취임하며 '안전우선 경영'을 천명했지만 산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삼성중공업 사내 협력 직원 1명이 조선소 내 작업장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을 거두는 사고가 발생했다. 앞서 지난 10월에는 삼성중공업 내 내 교차로에서 25t 트럭과 자전거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자전거를 타고 있던 삼성중공업 소속 직원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삼성중공업 다음으로 현대엔지니어링·GS건설·대림산업이 5명씩 산재 사망자 수가 많았다. 사망자 모두 하청업체 노동자들이다.

STX조선해양·현대산업개발·케이알산업·대림종합건설이 4명씩으로 뒤를 이었다. 이 사업장 내 사망자들 역시 전원 하청업체 비정규직들이다.

2016년 한 해 산재 사망자가 많아 '살인기업'으로 이름 붙여진 기업들도 지난해와 대동소이하다.

2016년 말 기준 최악의 '살인기업'은 11명이 사망한 현대중공업(제조 부문)이다. 사망자 11명 가운데 7명이 하청업체 노동자들이다. 8명이 사망한 대우건설이 2위의 오명을 얻었다. 8명 전원 하청업체 비정규직이다.

대림산업(건설 부문)과 포스코(제조 부문)이 7명씩, 포스코건설(5명)이 뒤를 이었다. 이들 사업자 사망자 전원은 하청업체 직원들이다.

문제는 '살인기업'으로 규정된 업체들이 또다시 명단에 오르고 있다는 데 있다. 지난 2006년부터 민주노총 등이 매년 발표하는 '최악의 살인기업' 명단에 현대건설은 2015년, 2012년, 2007년 등 3번으로 가장 많이 등장했다.

현대중공업(2017년, 2015년), 대우건설(2014년, 2011년), GS건설(2010년, 2006년)이 각각 2차례씩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들 사업장에서는 올해도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해 어느 업체가 살인기업으로 명단에 올라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한 번 발생한 기업에서 연이어 산재 사망사고가 이어지는 것은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현재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장 내 사망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기업은 벌금을 납부하면 모든 책임에서 벗어난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기업으로서는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며칠만 조용히 몸 사리고 있다가 몇 백만원 벌금만 내면 된다는 안이한 사고방식에 갇혀 있다"고 비판했다.

작업장 내 안전기준 강화와 시설 확충에 드는 비용보다 산재 사망사고로 내게 되는 벌금이 저렴하다는 인식이 강하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과도한 외주화다. 고도로 위험한 업무 위주로 외주화를 했지만, 원청 업체는 현행 법률상 책임이 없다. 당연히 원청으로서는 사망자에 대한 보상 책임도 없다.

최 실장은 "원청이 발주한 사업이라면 안전 문제는 원청과 하청에 공동 책임지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다 "법률적 맹점 뒤에 숨는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산재 사망사고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무겁게 하는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통과는 난망한 상황이다.

산재 사망사고에 대한 책임을 원청이 하청이 공동으로 지고, 벌금형이 아닌 형사처벌을 강화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지난 10월 국회로 넘어왔지만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크다.

탄력근로제, 최저임금 등 이슈에 파묻혔다. 12월 임시국회가 열린다 해도 주요 의제는 선거법 개정안이 될 공상이 크다.

최 실장은 "내년 2월이나 4월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이후에는 내후년 총선 국면을 맞닥뜨리기 돼 국회 내 통과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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