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유통가 키워드③ 공방전] '밥그릇 지키기' 법정싸움..담배·치약·치킨

오세영 기자 승인 2018.12.13 15:27 의견 0
2018년 한 해 유통가를 장식한 마지막 키워드는 '공방전' (사진=픽사베이)

[한국정경신문=오세영 기자] [편집자주] 2018년 무술년(戊戌年) 유통가 한 해도 다사다난했다. 유통은 이제 단순 소비를 넘어 트렌드로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소비자들은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한 세대를 읽는 문화로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유통가는 소비자들의 기대에는 한 참 못 미쳤다. 어느덧 오너의 갑질을 일상사가 됐다. 오너가 선행을 하는 회사가 오히려 주목을 받는 시대가 됐다. 제품에서는 금속 조각에서부터 단골로 등장하는 벌레까지 유통하는 하루도 잠잠할 날이 없었다. 2018년 다사다난했던 유통가를 '키워드'로 돌아본다.

2018년 유통가의 이슈 가운데 앞서 1편과 2편에서 언급한 '갑질'과 '이물질'에 이어 '공방전'을 빼놓을 수 없다.

<1편> [2018 유통 키워드① 갑질] '오너'의 조건인가?..위디스크·미스터피자

<2편> [2018 유통 키워드② 이물질]'벌레'부터 '너트'까지..롯데제과·남양·하겐다즈

소비자들의 눈에 띄어야 살아남는 구조다 보니 유통기업들은 서로 '밥그릇 지키기'에 혈안이다. 경쟁사보다 튀고 편리하고 소비자들이 좋아할만 한 상품을 내세우는 게 관건이다 보니 '독보적인' 제품을 뺏기지 않으려는 것이다.  

한국필립모리스는 '궐련형 담배'라는 밥그릇을 건드린 식약처에 대한 소송을 냈다. 생활용품 쌍두마차인 LG생활건강과 애경산업은 상표권으로 밥그릇 다툼을 벌인다. 한 뱃속에서 태어났던 치킨 프랜차이즈 BBQ와 BHC는 5년동안 법정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필립모리스 vs 식약처, '궐련형 담배' 유해성의 진실은?

궐련형 담배의 탄생으로 담배계는 새로운 트렌드를 창출하고 있다. 그러나 잇따르는 유해성으로 조사 결과로 골치를 앓기도 한다. 최근 아이코스3와 아이코스3 멀티를 출시한 필립모리스는 정부를 상대로 검을 뽑았다. 대표 담배업체 한국필립모리스와 규제를 책임지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정면승부를 벌이게 된 것이다.

지난 10월 한국필립모리스는 식약처를 상대로 정보공개 거부 처분을 취소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한국필립모리스는 6월 식약처가 발표한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 분석결과'의 분석 방법과 실험 데이터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하지만 식약처가 이를 거부했다. 이후 한국필립모리스는 법무법인 김앤장을 통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지지않은 식약처는 맞대응에 나섰다. 식약처는 최근 법무법인 동인을 통해 서울행정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소송 자체는 정보공개 거부 처분을 취소하라는 것. 식약처는 지난 6월 아이코스(전용 궐련형 전자담배 엠버)·글로(브라이트 토바코)·릴(체인지)을 대상으로 유해성분 11종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결과가 담배업계와 정부 싸움의 근원이 된 셈이다.

식약처의 조사 결과 궐련담배에서는 일반담배와 다름없는 양의 니코틴과 타르(TAR·Total Aerosol Residue)가 검출됐다. 한국필립모리스와 식약처를 소송까지 불러일으킨 요소는 '타르'다. 이날 식약처 발표의 핵심은 "궐련형 담배에서 타르가 높게 검출됐으니 유해성분이 더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부분이다. 문제가 된 타르의 구성 성분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필립모리스는 "타르는 불을 붙여 사용하는 일반담배에 적용되는 개념"이라며 "연소가 발생하지 않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적용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반박했다. 담배에 대한 인식은 국내에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제는 담배도 눈치보면서 펴야 한다"는 흡연자들의 하소연 마냥 금연열풍이 심화되는 추세다. 이런 사회적 흐름에서 한국필립모리스는 '정부기관에게 정면으로 맞섰다'는 이유만으로 주목받고 있다. 

■LG생활건강 vs 애경산업, '원조는 나야 나'

생활용품 1위와 2위를 달리는 LG생활건강과 애경산업은 상표권을 두고 끊임없이 시시비비를 가리고 있다. 지난 11월 18일 LG생활건강은 애경산업을 상대로 '펌핑치약' 상표를 쓰지 말라며 서울중앙지법에 부정경쟁행위금지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LG생활건강은 "'페리오 펌핑치약'을 모방한 애경산업의 '2080 펌핑치약'이 상표법과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LG생활건강은 지난 2013년 7월 페리오와 3개 브랜드에서 6가지 종류의 펌핑치약을 출시했다. 펌핑치약은 5년만에 1500만개가 팔리는 등 인기를 끌었다. 애경산업은 LG생활건강보다 뒤늦은 지난 7월 '2080 펌핑치약'을 내놓았다.

관건은 애경산업이 '펌프'나 '디스펜서(dispenser)'처럼 의미가 같은 다른 용어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LG생활건강은 애경산업이 동일하게 '펌핑'이란 단어를 사용했다는 점을 문제삼았다. 한편 LG생활건강은 특허청에 '페리오 펌핑'의 상표권을 등록했다. 또 '페리오 펌핑치약'으로도 출원해 심사중이다.

두 업체의 다툼은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1990년 애경산업이 '울샴푸'를 내놓자 같은해에 LG생활건강은 '울센스'를 출시했다. 지난 2013년에는 LG생활건강이 '9928 치약'을 출시했다. 이를 두고 1998년 출시한 애경산업의 '2080 치약'을 모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애경산업의 '2080 치약'은 '20개의 건강한 치아를 80세까지'라는 메세지가 담겼다. LG생활건강은 '이제는 99세까지 28개의 건강한 치아를'이라는 메세지를 담았다. 또 2012년 애경산업이 '케라시스 퍼퓸샴푸'를 출시하자 LG생활건강은 6개월 뒤에 '엘라스킨 퍼퓸샴푸'를 만들었다. 

이처럼 대놓고 제품을 베껴와도 피해를 입은 기업이 직접 부정경제방지법이나 상표권 침해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이상 막을 도리가 없다. 즉 기업들끼리 서로 상도덕을 지키는 것만이 상표권 침해를 피해갈 수 있는 길이다.

■BBQ vs BHC, 물류용역대금·영업비밀 침해 등 끝나지 않은 '치킨게임'

과거 한식구였던 치킨 프랜차이즈 BHC와 BBQ는 5년동안 법정 싸움을 벌여왔다. 지난 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 제46부(김지철 부장판사)는 BBQ와 BHC의 물류용역대금 청구 소송 7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2400억여원에 달하는 물류용역대금을 두고 치열한 소송전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태초의 소송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 2013년다. BBQ는 2013년 6월 당시 자회사였던 BHC를 매각대금 1130억원으로 프랜차이즈서비스아시아(FSA)에 팔았다. BHC의 지주사인 FSA는 이듬해 9월 "계약서상 가맹점 수가 허위로 기재됐다"며 BBQ를 국제상공회의소(ICC) 산하 국제중재법원에 제소했다.

또 BBQ는 BHC 지분을 매각할 당시 경기도 광주 물류센터을 함께 팔았다. 당시 "향후 10년간 물류 용역과 소스·튀김가루 등 일부 상품을 BHC로부터 공급받겠다"고 계약했다. 2015년 BHC는 "상품·물류 용역 대금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며 7억60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후에도 계약 관련 소송이 이어졌다. 지난해 4월 BBQ는 신메뉴 개발 정보 보안 등을 이유로 BHC와의 상품·물류계약을 해지했다. BHC는 "일방적인 계약해지로 큰 손해를 입었다"며 2차례에 걸쳐 3000억원대의 소송을 냈다.

두 업체가 공방전을 벌인 것은 물류용역대금 뿐 만이 아니다. 지난달에는 BBQ가 BHC와 박현종 회장을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며 1000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중앙법원에 제기했다. BBQ는 "지난해 6월 bhc가 자사의 영업비밀을 부정 취득했다"며 서울동부지검에 BHC의 임직원들을 형사고소한 바 있다.

당시 검찰은 BHC 일부 직원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박 회장을 비롯한 일부에게는 불기소 처분했다. BBQ는 그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BBQ는 "BHC가 내부 컴퓨터망을 해킹해 정보통신망에 몰래 들어와 사업 비밀을 수년에 걸쳐 훔쳤다"며 "이로 인해 우리는 약 7000억 원 규모의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또 BBQ 관계자는 "자체 피해 산정액은 7000억원인데 우선 1000억원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라며 "진행과정에서 청구 취지를 확장한다면 액수는 늘어날 수 있다"고 엄포했다.

반면 BHC는 BBQ의 주장에 전면 부인했다. BHC 관계자는 당시에 "영업비밀을 빼돌린 적도 없고 이는 수차례 검찰 조사에서도 무혐의 처리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난 2014년부터 ▲신제품 치킨 소스 절도 ▲영업비밀 탈취 ▲상품 공급 계약 위반 등을 이유로 법정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두 업체의 싸움은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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