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많고 탈많은 반포주공1단지..무리한 수주전 재건축 지연·소송우려

신영호 기자 승인 2018.04.18 18:03 의견 0
반포주공 아파트 모습 (사진=네이버)

 

[한국정경신문=신영호 기자] 공사비만 2조원이 넘는 초대형 사업으로 관심을 끌었던 서울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사업'이 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현대건설이 GS건설 등 유수 건설사를 제치고 시공권을 때냈지만 무리한 수주로 인해 사업권 박탈과 공사지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건설이 재건축 수주 과정에서 조합원에게 지급하기로 약속한 이사비용 등 총 2조원의 자금을 단기간에 조달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현대건설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현대건설이 품은 반포주공1단지 사업이 이른바 ‘승자의 저주’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섞인 전망도 나온다.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이 반포주공1단지 이주가 시작되는 올 연말까지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할 비용은 2조1000억원에 달한다. 이주비 대출 1조1000억원에다 가구당 5억원의 무이자 이사비를 합한 금액이다. 이는 지난 2017년 현대건설 순이익의 5.8배에 달하는 규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업종이 불황인데 아무리 대형 회사라하더라도 2조원을 차입하기는 정말 쉽지 않은 규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모 회사인 현대자동차가 지원을 해줄 수 도 있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금조달 문제 뿐 아니라 편법 수주의혹도 풀리지 않고 있다. 현대건설은 공사 수주를 위해 반포주공1단지 조합원들에게 5026억원 규모의 무상옵션을 제공하기로 약속하고 시공권을 따냈다. 하지만 무상옵션으로 제공키로 한 항목을 모두 공사비 2조6363억원에 포함시켰다. 현대건설은 입찰제안서에 특화품목을 세분화해 적시하지 않아 이런 의혹을 자초했다.

편법수주 의혹이 일자 현대건설은 당초 3조1000억원짜리 공사였지만 회사 이익을 줄여 제공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를 조사한 국토교통부는 시정명령을 내리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만일 경찰수사 결과도 국토부 조사결과와 같이 나오면 현대건설의 시공권은 유지되기 어렵다. 민사상 손해를 입은 조합원들이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어서다. 국토부 조사결과대로라면 조합원은 가구당 2억원이 넘는 추가 분담금을 부담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법정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토부의 조사결과가 경찰수사를 거쳐 사실로 확인되면 현대건설의 입장은 더 난처해 진다. 국토부는 현대건설의 수주 조건을 '로비'로 규정한 상태다.

무리한 재건축 수주 경쟁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재건축 조합원에게로 돌아가고 있다. 국토부는 재건축 수주전에서 이같은 문제가 되풀이되자 관련 규정을 강화했다. 재건축 수주전에서 건설사의 과도한 지원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정비사업의 계약업무 처리기준’을 강화했다. 강화된 규제는 반포주공1단지뿐 아니라 다른 재건축 조합에도 적용돼 조합원들은 더 좋은 조건으로 시공사를 선정하기 어렵게 됐다.

국내 초대형 재건축 사업에서 시작된 혼란이 재건축 사업으로 번진 것은 무리한 재건축 수주경쟁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이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정부의 규제까지 피해갔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8·2부동산 대책' 이후 강화된 주택담보대출비율(LTV)로 인해 조합원 대출 가능액이 20% 줄어들자 이를 이주비로 직접 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건설업계는 “현대건설이 업계상식을 뛰어넘는 파격조건으로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 공사를 따냈다”며 우려했다. 이런 우려가 반영돼 현대건설의 재건축 수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현대건설의 주가는 떨어졌다.

건설업계의 시선은 현대건설의 새로운 조타를 맡은 박동욱 신임 사장으로 쏠리고 있다. 박동욱 사장이 악재 속에서 현대건설의 운영을 쥐고 있어서다. 그는 모회사인 현대자동차그룹에서 재무통으로 통했다. 박 신임 사장은 현대차그룹의 숙원사업인 서울 삼성동 글로벌 비즈니스센터 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 합병 등의 중책을 맡고 있다. 여기에다 2조원 짜리 초대형 사업의 향배도 틀어쥐고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사지연 등 승자의 저주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신임 박동욱 사장이 그룹의 숙원사업을 처리하면서 반포주공 단지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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