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무릎 꿇은 권오준, 고개 떨군 황창규‥또 다시 시작된 'CEO 잔혹사'

정창규 기자 승인 2018.04.18 16:29 의견 0
권오준 포스코 회장(좌), 황창규 KT 회장 (사진=한국정경신문DB)

[한국정경신문=정창규 기자] "저보다 더 열정적이고 능력 있고 젊고 박력 있는 분에게 회사 경영을 넘기는 게 좋겠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18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긴급 이사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권 회장은 "이사회에서 흔쾌히 승낙했다"며 "포스코가 새로운 백 년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여러 변화가 필요한데 그중에서도 중요한 게 CEO의 변화가 필요한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2014년 3월 취임해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한 권 회장은 임기를 2년 가까이 남긴 상태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지난해에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내는 등 실적 면에서는 큰 성과를 보여왔다.

이번 사의를 놓고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명박 정부 시절 포스코의 남미 자원 개발 사업과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이 제기되는 등 박근혜 정부 인사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실제 권 회장은 지난 1일 포스코 창립 50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포스코가 건전한 활동으로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게 애정을 갖고 도와달라"며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며 강한 재임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권 회장은 포스코를 떠나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하다. 검찰을 비롯한 수사기관에서 추진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 시절 포스코의 남미 자원 개발 사업과 포스코건설 등 전·현직 경영진 7명은 배임·횡령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 시절 포스코가 추진했던 리튬개발 사업의 총 지휘자가 권 회장이다. 지난 3월 9일 주주총회장에서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 주주의 질문에 권 회장은 “투자판단에 착오가 있었다”고 하며 사업 실패를 스스로 인정한 바 있다.

이사회는 새 수장이 선임될 때까지는 권 회장에게 자리를 지켜줄것을 당부했다.

김주현 사외이사는 "권 회장이 사의를 표했지만 두세 달 차기 회장을 선임하는 절차가 있을 것으로 보여서 그 과정 동안에는 경영에 공백이 없도록 자리를 지켜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권 회장의 사임함에 따라 '민영화된 공기업' 인사에 대한 정권 개입 문제가 또 다시 도마에 오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포스코, KT&G, KT 등 정권이 바뀔때마다 마치 전리품 정도로 간주해 소위 입맛에 맞는 수장들로 교체를 당연시 해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CEO 잔혹사'라는 말까지 생겨날 정도다.

황창규 KT 회장도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중이다. 2014년 3월 KT 회장으로 취임해 지난해 연임에도 성공했다. 이는 권 회장과 매우 닮아있다. 황 회장은 현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경찰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

황 회장은 박근혜 전 정권의 요구에 따라 미르·K스포츠재단에 18억원을 출연한 사실이 드러난 직후부터 정치권을 비롯한 시민단체 등에게 사퇴 압박를 받아 왔다.

일각에서는 권 회장의 갑작스런 사의가 황 회장의 거취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