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EN노트] 인터넷 전문은행 1년 성적표..차별성 잃고 해킹사고로 신뢰 바닥

정 선 기자 승인 2018.04.12 16:44 의견 0
(사진=한국정경신문DB)

 

[한국정경신문=정 선 기자] 국내 인터넷 전문은행이 출범 1년을 맞았다. 지난해 4월3일 케이뱅크가 출범한데 이어 후발주자로 등장한 카카오뱅크는 돌풍을 일으키며 금융시장 판도에 변화를 가져왔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오프라인 영업점 없이 모든 절차를 인터넷으로 진행한다는 '비대면' 장점을 제외하곤 기존 은행들과 큰 차이가 없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모두 처음 등장할 때의 초심을 잃었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해외 해킹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며 보안에 큰 구멍이 뚫렸다. 

■ 잃어버린 초심..금리 올리고 시중 은행과 변별력 상실, 해킹 사고까지 보안 구멍

인터넷 전문은행의 주 수입원은 이자수익이다. 이들은 출범 당시 시중 은행에 비해 절반 수준의 대출금리로 단박에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해 4월 출범한 K뱅크는 ‘직장인K 신용대출’ 상품을 최저 금리 연 2.73%로 선보이며 시장에 충격을 줬다. 당시 은행권 평균 대출금리 4.46%의 절반 수준이었다. 중금리대출 역시 제2금융권이나 개인 간 대출(P2P) 상품보다 저렴하게 선보였다. ‘슬림K 중금리대출’의 대출금리는 최저 연 4.19%였다. 케이뱅크의 파격 전략은 소비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카카오뱅크 역시 업계 최저수준의 대출 금리를 들고 나왔다. 마이너스 통장 대출은 직장인 연봉의 최대 1.6배 한도(1억5000만원까지)에 최저 연 2.86%의 금리를 선보였다. 급여이체, 적금가입, 자동이체 등 금리 우대를 위한 추가 요구 조건이 없고 중도상환 수수료도 없다. 

그러나 지난 3월 은행연합회 공시 기준 카카오뱅크의 마이너스대출 평균금리는 연 4.21%로 조사됐다. 주요 시중은행 4곳과 비교했을 때 상위권에 속한다. 국민은행을 제외한 신한·우리·하나은행의 마이너스대출 평균금리는 모두 연 3%대에 머물러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인터넷 전문은행의 출범 당시 성과는 좋았으나 요즘은 변별력을 잃었다"며 "전면 비대면 인터넷 금융 플랫폼 외에는 상품도, 금리도 차별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사진=보도영상 캡쳐)

무엇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10월 해킹 사고가 연일 터지며 출범 전부터 제기된 인터넷 전문은행의 보안성에을 놓고 문제가 됐다.

당시 카카오뱅크 해킹으로 피해를 입은 이들은 자신들이 알지도 못하는 해외 사이트로 자금이 이체됐다고 밝혔다. 카카오뱅크가 해외에서 98건이나 결제가 되는 동안 이를 가입자들에게 알리지도 않았을 뿐더러 거래를 중단시키지 않아 피해는 더 컸다.

반면 시중 주요 은행의 경우 'FDS(Fraud Detective System)'라는 시스템을 통해 짧은 시간동안 여러 차례 결제가 이루어지면 범죄에 악용된 것으로 보고 거래를 정지시킨다. 하지만 카카오뱅크는 FDS와 같은 보안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명확히 해명하지 않고 있다

■ 순손실 1800억원…초라한 첫 해 성적표 

인터넷 전문은행의 수익성은 두 업체 모두 마이너스다. 지난해 4월 3일 영업을 시작한 케이뱅크는 순손실 838억원을 냈다.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 등에 따른 순이자이익은 134억원으로 집계됐지만 수수료손실도 86억원에 달했다. 

심상훈 케이뱅크 행장은 "현재 발생하는 적자의 대부분은 인건비와 IT 투자부문의 감가상각비"라며 "오는 2020년에는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카카오뱅크는 적자 폭이 더 크다. 지난해 순손실은 104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7월 27일 영업을 시작해 이자수익은 689억원에 불과했지만 영업비용이 1731억원으로 수익을 크게 웃돌았다. 영업비용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판매와 관리비(753억7417만원)였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고객 수가 예상외로 크게 늘면서 카드현금자동입출금기(ATM) 관련 수수료 비용 지급과 마케팅 비용이 많이 들었다"며 "초기 전산 시스템 구축 투자비용도 적자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 전문은행이 출범한 지 아직 얼마 되지 않아 당장 순익을 내기는 어렵다"며 "앞으로도 몇 년간은 적자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 '자본확충' 유상증자 최대 변수…카카오뱅크 '1000억원' 가량 부족 빨간불

양사는 모두 최근 자본확충안을 결의했다. 실탄을 확보해 금리전쟁 2라운드를 준비한다는 각오다. 케이뱅크는 지난 3일 출범 1주년을 맞아 유상증자 1500억안을 발표했다. 카카오뱅크 역시 지난 8일 5000억 규모의 유상증자안을 잇따라 발표했다.

그러나 카카오뱅크 최대주주인 한국투자금융지주가 12일 투자규모를 축소하겠다고 나서면서 1000억원 가량이 부족하게 됐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카카오뱅크 지분을 인수할 당시 계약대로 발행주식의 50%만을 보유하기 위해 50% 초과분을 해소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인해 대출금리 상한 시 한 단계 더 고민요소가 생긴 건 사실”이라면서 “최근 두 은행이 자본확충에 나선 만큼 또 한 번의 금리전쟁이 나올 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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