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채용 비리 남녀차별로 확산..고위직 임원은 남성 하위직 텔러는 여성

정 선 기자 승인 2018.04.06 15:29 의견 0
(자료=심상정 의원실)

 

[한국정경신문=정 선 기자] 은행권 채용비리가 남녀차별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 검찰과 금융감독원은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이 대졸 정규직 공채 과정에서 남성을 더 많이 뽑기위해 남성에게 가점을 주거나 점수를 조작한 혐의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6일 심상정 의원실을 통해 얻은 자료에 따르면 주요 은행의 정규직 공채 사원(신입/대리급)의 여성 비율은 대략 10명 중 3명 꼴로 나타났다. 그러나 전체 직원 여성 비율은 남성과 거의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높았다. 영업점 창구직원인 '텔러'는 대부분 여성만 뽑기 때문이다. 

■ 은행 신입 공채 사원 남녀 비율은 7:3..고위직으로 갈수록 여성 증발

2015~2016년 KB국민•우리•신한•KEB하나•IBK기업 등 5대 은행의 신입 공채 여성 채용비율은 평균 29.3%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은 여성 채용비율이 36.0%로 가장 높았고 국민은행(34.5%)과 기업은행(33%)로 뒤를 이었다.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은 25.1%와 18.4%로 타 은행에 훨씬 못 미쳤다.

채용담당 부서에 근무하는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규직 공채 지원자 중 남성이 많은 건 사실”이라며 “남녀 비율은 60대 40 정도”라고 설명했다. 다만 “서류전형과 필기시험에서는 남녀 성적이 엇비슷하지만 실무면접 단계부터 남성의 성적이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위로 올라갈수록 여성임원의 유리천장이 역력했다. 5대 주요은행 여성 고위직 임원(지점장급 이상) 비율은 평균 5.66%로 나타났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하위직과 고위직 모두에서 하나은행이 가장 낮은 여성직원 비율을 보이는 이유에 대해 "선발 당시에는 큰 차별이 없으나 승진과정에서 임금 차별이 심하고 직군 배정에서도 차별이 있다. 그래서 능력 있는 여성 직원들이 퇴사하는 경우가 많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심상정 의원의 주장은 이와 좀 다르다. 심 의원은 "하나은행은 2013년 하반기 채용과정에서 서류전형 단계부터 사전에 남녀 비율을 4:1 비율을 정해 놓았다. 그 결과 선발된 남녀 비율은 5.5:1였다. 당시 서류전형에 응시 한 총인원은 13,430명으로 남녀 비율은 1:1에 가까웠다."고 주장했다.

 

■ 직원 전체 평균 성비는 비슷하거나 여성 더 많아, 왜?..하위 '텔러' 직군은 대부분 여성

공채 신입사원 선발 때는 남성이 더 많이 뽑히지만 은행 전체 직원의 남녀 성비는 비슷하거나 오히려 여성 비율이 높다. 

지난해 말 기준 은행 전체 직원의 여성 비율은 신한은행이 44%로 가장 낮았고 하나은행이 59%로 가장 높았다. 국민은행은 48%,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은 54%로 같았다. 

정규직 공채 사원은 훨씬 적게 뽑히는데 전체 직원 성비에선 여성이 많은 까닭은 텔러가 주로 여성들이기 때문이다. 고액자산가의 자산관리를 담당하는 PB(프라이빗 뱅커)는 여성 비율이 훨씬 높다. 

한 시중은행은 PB센터의 남녀비율이 3.5대 6.5 수준으로 여성이 훨씬 많다. 한 은행 관계자는 “남성보다 여성이 더 부드럽다는 이미지가 있어 고객 상담이 중요한 업무는 아무래도 여성을 배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데이터분석 등 세심한 분석 능력을 필요로 하는 리스크관리 분야도 여성 비중이 높다. 

그러나 텔러 여직원의 급여 수준은 남성 직원의 절반에 가깝다. 기업은행의 여성 직원 급여는 남성의 59.8%에 불과하다. 신한(60.0%)•KEB하나(60.3%)•우리(64.5%)•국민(64.5%)은행도 비슷한 수준이다. 

시중 은행 관계자는 “남녀 급여 차는 여성이 텔러 직군에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성은 육아휴직이 많아 이로 인해 급여가 낮게 산정되면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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